드디어 제대로 된 치매약 나오나…‘레켐비’ FDA 정식 승인
미국 공보험 급여 적용 전망
'아두헬름' 효과·안전성 논란 극복
릴리 '도나네맙'도 연내 허가 신청 계획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두 번째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승인했다. 주인공은 바이오젠·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다. 앞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을 통해 세계 최초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얻었지만 이후 상업화에서는 쓰라린 좌절을 맛봤던 양사는 이번 레켐비는 정식 승인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이뤄냈다.
6일(현지시간) FDA는 레켐비를 정식 승인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가속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정식 허가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허가된 아두헬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FDA 승인을 받은 근본적 치매 치료제가 됐다. 테레사 부라키오 FDA 신경과학국장 대행은 "이번 조치는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의 근본적 진행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약품이 임상적 효과를 보였다는 데 대한 최초의 입증"이라며 "(레켐비는) 임상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발표한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도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CLARITY-AD)에서 레켐비는 18개월째 임상치매척도총점(CDR-SB) 지표 기준 위약군 대비 27%의 인지 저하 감소를 보이면서 임상에 성공했다. 2차 평가지표도 만족하는 한편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ARIA)도 예상 범위 내로 확인됐다. 다만 뇌부종(ARIA-E), 뇌출혈(ARIA-H) 중 더 심각한 이상반응인 ARIA-H는 17%가 나타났다. 특히 임상에서 투약군 중 혈액 응고 방지제 복용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FDA는 해당 약을 먹는 환자에게는 처방을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또한 APOE-ε4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에는 ARIA 발생률이 더 높은 만큼 레켐비 치료 시작 전 관련 검사를 통해 ARIA 발병 위험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아두헬름이 효과성·안전성 논란이 끝내 극복하지 못하면서 미국 내에서 '임상 참여자'로 보험 적용 대상이 한정되고,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허가가 거부되기도 한 것과 달리 레켐비는 아두헬름 대비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 만큼 보다 빠르게 시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아두헬름의 CDR-SB 저하 감소 효과는 22%에 그쳤고, ARIA-H의 발생비율은 무려 28.3%에 달한 것과 달리 레켐비의 유효성 지표는 보다 높게 나타났고, ARIA-H 수준은 낮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공보험을 관리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도 최근 치매 항체 치료제의 보험 적용과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CMS는 임상 시험 사용에 대해서만 보험이 적용되는 가속 승인 약제와 달리 정식 승인을 받은 항체 치료제에 대해서는 실세계 데이터(RWD)를 수집하는 레지스트리에 참여하는 데 동의할 경우 메디케어를 통한 보장을 결정했다. 즉 아두헬름과 달리 레켐비는 앞으로 메디케어 전반에 대한 급여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발사인 에자이에서도 도매가격(WAC)을 연간 2만6500달러(약 3500만원)로 매기는 등 아두헬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앞서 아두헬름이 5만6000달러(약 7330만원)로 처음 약가를 매긴 후 지난해 1월 2만8200달러(약 3700만원)로 가격을 낮췄음에도 여전히 보험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가격으로 보인다.
더 커질 치매 치료제 시장…릴리 '도나네맙'도 대기
앞으로 치매 환자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치매 환자는 2019년 5500만명에서 2030년 7800만명, 2050년 1억3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제약 전문 리서치 업체 코텔리스에 따르면 2020년 16억달러(약 2조원)에서 2030년 57억달러, 2050년 200억달러(약 26조원)로 연평균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도 올해 출시되거나 승인이 유력한 신약 중 2027년까지 연 매출 10억달러를 넘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으로 꼽은 의약품 15개에 레켐비를 올렸다. 레켐비는 10억2000만달러(약 1조3352억원)의 기대 매출로 8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도나네맙'도 13억4000만달러(약 1조7540억원)의 기대 매출로 4위에 올랐다.
릴리는 지난 5월 도나네맙의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대상 임상 3상(TRAILBLAZER-ALZ 2)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능력과 일상생활 능력 감소는 35% 늦추고, 질환의 다음 단계 진행 위험은 39% 낮췄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1차 유효성 지표로 설정된 인지능력과 운전, 취미생활, 자산 관리 등 일상생활 능력을 평가하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에 대해서는 실험군에 35%의 능력 저하 감소가 나타났다. 2차 지표로 설정된 임상치매척도총점(CDR-SB)은 18개월간 이와 비슷한 36%의 능력 저하 감소 정도가 확인됐다. 서로 다른 임상인 만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레켐비의 CDR-SB 저하 감소 수준보다도 더 높은 인지 저하 효능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RIA-H가 31.4%나 나타났고, 임상 중 ARIA 관련으로 3명이나 사망한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도나네맙은 앞서 지난 1월 FDA의 가속 승인이 좌절되기도 했다. 당시 FDA는 임상 2상에서 12개월 이상 추적 관찰된 환자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는 18개월간의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연내 FDA 승인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세부적인 임상 결과는 오는 16~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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