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거야?" [쿠키칼럼]

전정희 2023. 7. 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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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직장인을 위한 코칭이야기(6)]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도록 도와주는 질문이 “왜?”

“선배님! 저 이번에 영어책 집필 또 계약했어요!”

5년 전 모교 대학 재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동문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을 때 만난 멘티 후배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멘토로서 후배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축하해! 멋지다! 내가 계약한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기분이 좋냐?”

“다 선배님 덕분이에요. 제가 진로 문제로 고민할 때 선배님이 제게 하신 질문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질문이 저를 이 자리로 이끌어준 거예요.”
이미지=강영은 제공

우리가 멘토와 멘티로 처음 만났을 때, 후배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4학년 학생이었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방송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최종에서 매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그 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메이저 매체의 아나운서 채용인원은 소수이고 그나마 매년 채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한번 떨어지면 몇 년을 허비할 수도 있었기에 후배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장점이 많고 능력도 있는 후배가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진 것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자신감을 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멘토로서 정말 안타까웠다.

후배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원어민 수준이었고 중고등학생 영어 과외로 용돈을 벌고 있었는데 실력을 인정받아 강남 학원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나는 후배가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에 매여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후배에게 물었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거야?”

후배는 잠시 멈칫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아는 것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구나. 그런데 꼭 아나운서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일까?”

“아... 그러게요...”

“아나운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사람들에게 네가 아는 것을 전할 수 있을까?”

이 대화 이후 후배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어 교육 유튜브를 시작했고 지금은 EBS의 중학과정 영어 강사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러 개의 교육 교재를 발간한 유명 영어 강사 지원쌤이 되었다.


내 삶의 방향 점검이 필요할 때 질문하자


후배는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늘 얘기한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이 원했던 것의 본질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변화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거야?” 이 질문은 코칭적 질문이다. 그때는 코칭을 배우기 전이라 몰랐지만 전문코치(KPC)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강력한 코칭적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칭은 질문 프로세스이다. 코치의 질문에 고객이 답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객은 스스로 진정 원하는 바를 깨닫고 변화를 만들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누군가가 “나는 이것을 원해”라고 말할 때, 그가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고객이 말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코치는 질문을 통해 고객의 말 이면에 있는 고객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의 힘은 강력하다. 질문은 질문 받은 사람의 실존을 뒤흔들고 관점과 시선을 확장하게 만든다.

특히 “왜?”라는 질문은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며 문제의 핵심, 본질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도록 도와주는 질문이 “왜?”이다.

후배가 “왜?”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멈칫하고 생각에 잠긴 것처럼 말이다.

현대의 삶은 속도전이라고 한다. 빨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너도나도 속도를 올려 달려간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안타깝게도 목표와는 더 멀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 원하는 곳에 잘 도착하려면 잠시 멈춰 서서 가는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삶의 방향 점검이 필요할 때, 질문하자.

“왜 나는 이것이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

강영은 (KPC코치⋅MBC 아나운서)
1985년 MBC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우리가족 만세'의 TV 프로그램 MC를 시작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MC, 라디오 뉴스 앵커로 활동했고 여성 스포츠 중계캐스터로 기계체조, 리듬체조, 에어로빅, 피겨스케이팅,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을 중계했다. '건강한 아침 강영은입니다' 라디오 MC를 끝으로 1991년 방송현업을 떠나 경영부문으로 업무를 전환했다. MBC아카데미 본부장, 기획사업부장, 문화사업부장, 문화사업센터장을 거쳤고 MBC의 사회공헌사업과 MBC꿈나무축구재단 운영업무를 마지막으로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학사, 서강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와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이며 현재 한국코치협회의 KAC, KPC 인증코치로 단국코칭센터 대표코치이다. 

penguinkang@hanmai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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