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53)] 끊임없이 연구하는, 김현우
밴드 딕펑스의 키보디스트 김현우가 새 솔로 앨범 ‘1 페이지 : 실밥투성이’로 돌아왔다. 솔로 앨범으로는 지난 2021년 ‘드림 랜드’(Dream Land) 이후 2년 만의 새 앨범이다. 앞선 앨범은 피아노 앨범이었는데, 이번 ‘실밥투성이’는 담담하면서 차분한 그의 목소리도 함께 담겼다.
평소 김현우는 음악, 사운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코로나로 음악 활동을 멈춰야 했던 때는, 특히 그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여러 가지 소리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그의 음악이 한 순간도 멈춰있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신보는 그가 연구한 소리들에 자신 만의 감성을 더해 한 편의 동화 같은 앨범이다.
-먼저 새 앨범 발매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솔로 앨범을 발매했어요.
감사합니다(웃음). 군대 가기 전에 솔로 앨범을 내고, 직접 노래하는 제 싱글 앨범은 참 오랜만이네요. 그동안은 딕펑스 활동이나 외부 곡에 참여하면서 지냈는데요. 제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담은 앨범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싱글을 발매하게 되었어요. 막상 발매하려니 어떻게 들어주실지 설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팀 활동과 병행하다 보니, 솔로 활동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일 것도 같아요. 팀 작업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진 않나요?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요즘은 음악 작업할 때 두 가지 모드로 바뀌더라고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음악을 할 때와 혼자 하는 음악을 할 때 모습이 많이 다른데 요즘은 이렇게 다른 모드로 음악 하는 걸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김현우 씨는 건반 연주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작곡과 편곡 그리고 보컬에 있어서도 매우 뛰어난 것 같아요.
보컬에 뛰어나지는 않고요. 하하. 제 스타일대로 부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곡을 쓰거나 편곡에 참여하면서 지내는데, 음악 활동을 오래 했지만 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많더라고요. 재능을 타고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건 타고 난 것 같아요.
-이번 신곡 ‘실밥투성이’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이번 제 첫 번째 싱글 ‘실밥투성이’는 곰 인형의 시점에서 노래하는, 약간은 동화 같은 장면을 노래했어요. 많은 분들이 참신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실밥이 터진 인형의 시점에서 가사를 썼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제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그 강아지가 가지고 노는 인형들 중 곰 인형의 실밥이 다 터졌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현재 저와 연결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떠올라 이번 곡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아티스트 이규호 씨에게 작사 도움을 받아 가사를 완성할 수 있었고, 제가 원했던 곡의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곡을 통해 대중에게 어떤 이야길 하고 싶었던 걸까요?
처음엔 거창하게 대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진 없었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 좋아하는 가사, 단어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곡을 완성하고 보니 픽사에서 만든 영화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가 이 곡 주제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더라고요. 그 이야기와 비슷한데 사람들은 사물 또는 사람에게 감정이 생기고 난 후론 그 감정의 유통기한 시작된다고 봐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감정의 지속시간이 길어지길 바라잖아요. 꼭 그 감정이 내가 시작이 아닌, 나를 향한 감정이라면 어떨까라는 메시지도 생각해봤어요. 이 노래를 듣고 본인의 주변도 한번 돌아보시는 곡이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평소 어디서 곡의 소재들을 얻는지 궁금해요. 동화적인 느낌을 보면, 평소 동화를 좋아하는지도 궁금하고요.
평소에 동화적인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비현실적인 상상을 자주 하고, 즐겼고요. 지금도 로또 당첨되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김현우 씨의 피아노 연주는 뭔가 재기발랄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실밥투성이’ 도 차분한 분위기인데도 피아노 연주는 비교적 재기발랄한 느낌이 들고요.
아무래도 밴드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밴드 내에서 화성을 채워줄 악기가 혼자이다 보니 오랫동안 혼자 피아노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해보고 만들어 본 것들이 결국 제 스타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요즘 제가 치는 피아노를 들어보면 피아노에 앉아있는 ‘광대’ 가 떠오르기도 해요.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었는데요, 이번 앨범은 어떤가요?
이번 앨범은 제가 편하게 듣고 싶은 음악으로 만들어봤어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음악을 만들 때 완벽하고 만족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결국 아쉬움은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정한 방법은 ‘내 귀를 편하게 해보자’였어요. 아! 제 음악보다 제 목소리가 항상 아쉽습니다. 하하.
-소리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여전히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 지나요?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해요.
제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지만 밴드 안에서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거든요. 특히 코로나 시기가 저에게 제일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시기인데, 작업실에서 소리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많이 했어요. 여러 가지 사운드를 공부해보고, 만들어보고, 연주해보고. 그러니까 밴드 음악을 할 때도, 외부 작업을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도 음악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앞으로의 음악 생활일 것 같아요.
-요즘은 또 어떤 새로운 것들에 대한 배움의 열망을 품고 계실까요.
요즘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요. 자세히 말하자면 콘텐츠에 담겨 있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추후 드라마나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게 목표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들을 유심히 보고 열심히 찾아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김현우 씨는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작곡가로 참여하면서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제가 코로나 때 피아노 앨범을 하나 냈는데, 앨범 타이틀이 ‘드림랜드’였어요. 그 앨범을 내고 다른 분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알고 지내는 프로듀서 형이랑 같이 대화를 하다가 (임영웅의)앨범에 담을 곡을 찾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바로 작업했어요.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아마 ‘드림랜드’ 앨범을 낼 때 진지하게 음악에 대해 꿈에 대해 생각하니까 좋은 쪽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다른 가수를 위한 곡을 만들 때, 그 가수의 어떤 부분들을 고려하실까요?
맨 처음에는 곡 분위기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죠. 그 가수에게 이 곡이 어울릴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지금은 같이 작업하는 분들과 대화를 많이 해요.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원하는 것들과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대화 속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원하는 것들을 그려내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에 참여한 이후로 달라진 것들이 많이 있을까요?
제가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름 특징이 강한 밴드 음악을 하다 보니 다른 장르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이후로 다른 장르도 계속 도전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임영웅의 앨범 참여 말고도 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작곡자로 참여해왔어요. 누군가에게 곡을 주는 작곡자로서의 김현우의 모습은 또 다를까요?
너무너무 다릅니다. 제 음악을 할 때는 오로지 저만 생각하면 되는데, 함께 작업할 때는 제가 노래하는 사람의 성향과 잘할 수 있는 것을 함께 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요.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제가 가진 색과 다른 분들의 색이 더해지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 다양한 분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딕펑스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앞으로 어떤 활동들이 예정되어 있는지요.
딕펑스도 다음 앨범 준비 중이에요. 곧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꾸준하게 저희 음악을 하고 있거든요. 딕펑스도 김현우도 많이 좋아해주세요(웃음).
-딕펑스의 멤버 김현우, 솔로 김현우의 모습에서 각기 다른 부분들이 있을까요?
딕펑스의 멤버 김현우는 솔로 김현우보다 약간 더 어른의 느낌인 것 같아요.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라 팀 활동이다보니, 조금 더 선을 지키는 느낌이랄까? 반면에 솔로 김현우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다 보니 조금은 다른 사운드를 내보기도 하고 앨범 아트에도 제 음악에 맞는 색깔을 담아 보기도 하고요.
-김현우 씨의 롤모델이 있다면?
아티스트 이규호 씨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제 롤모델입니다. 본인 음악의 가야 할 길이 확고하며, 하고자 하는 메시지, 음악이 주는 에너지는 지금 저에게 자극이 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솔로 김현우로서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어떤 평가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 친구가 계속 음악을 하는 모습이 좋네’ ‘아, 이 음악이 이 친구 음악이었어?’하면서 제 이름이 앞에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음악적인 분야에서 제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현우 씨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늙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꼭 트렌디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하게 좋아하는 그런 음악이요. 30년이 넘어도 대중들이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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