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 목소리…평균 감사보수, 코스피 > 코스닥
“감사 시장 자율성 포기한 지정제 퇴출전략 마련해야”
감사보수 늘었지만 감사품질 저하 ‘갑론을박’ 진행형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가 시간당 감사단가와 감사시간 증가의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도가 시행된 직후 시간당 감사보수가 가장 크게 상승했다. 표준감사시간제는 2019년 도입됐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2020년 시작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경우 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이란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감사보수 증가하고 감사품질 떨어져
7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표준감사시간제 영향으로 2019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11.54% 증가했고 '1조원 이상~2조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15.12%의 증가율을 보였다. 2020년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영향으로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 '1000억원 미만' 등 상장사의 시간당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각각 18.19%, 17.96%, 23.05% 증가했다.
상장사의 2022년 평균 감사시간은 2681시간으로 2021년 대비 9.6%, 최근 5년간 연평균 9.9% 증가했다. 2022년 시간당 평균 감사보수는 10만6000원으로 2021년 대비 4.4%, 연평균 8.3% 증가했다. 시장별 상장사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꾸준히 증가(2022년 코스피 10만5000원, 코스닥 10만6000원)해 연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도 증가(코스피 8.52%, 코스닥 7.93%)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폐지를 원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는 지난달 11일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제 시행 후 3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한 점을 감안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며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에 개선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반 감사인과의 6년 계약 이후, 3년간 국가 지정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라고 하는데, 여러 연구에서 감사인 변경 후 3년 동안 감사 실패 및 사기적 재무 보고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새 감사인이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감사 오류가 발생하며, 중요한 왜곡 표시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제표가 적정한지 확신이 없어 더욱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요구하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짚었다. 최준선 교수는 "삼성전자 새 감사인이 삼성을 공부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새 감사인에게 기업을 이해시키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라면서 " 금융위는 신속히 일몰 시한을 정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독립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도입 명분이 있지만 감사 시장의 자율성을 포기한 제도"라면서 "현재 이 제도로 전문성이 늘어났느냐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 과도하게 기업 중심으로 감사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 퇴출 전략을 명확히 보여줘야 보수에 대한 부당함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상장사 고위 관계자는 "감사보수가 비상식적으로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임에도 최근 회계제도 보완 방안에서 현행 유지로 결정이 됐다"면서 "감사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전문성이 오히려 떨어졌고, 과도한 감사보수와 갑질 행태로 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모 크면 감사보수도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
최근 5년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모두 평균 감사시간, 1사당 감사보수와 감사보수 총액이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시장별로는 차이가 났다. 코스피 상장사의 1사당 자산 총액은 5년간 연평균 5.08% 증가했으며, 코스닥 상장사는 6.19% 증가했다. 최근 5년간의 1사당 감사보수 평균 금액은 코스피 3억8000만원, 코스닥 1억2600만원으로 코스피 상장사가 코스닥 상장사보다 3배 많은 수준의 감사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별 1사당 평균 감사보수 역시 모두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는 모든 자산 총액 구간에서 1사당 평균 감사보수가 증가했으며 2018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20.98%에 달했다. 자산총액 '500억원 미만(24.48%)',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21.33%)', '1조원 이상~2조원 미만(20.97%)',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20.24%)', '2조원 이상(16.95%)', '5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15.71%)' 순으로 증가했다. 상장사 관계자는 "2022년부터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에 속한 회사의 개별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됨에 따라, 1사당 감사보수가 2021년 대비 34.66%로 많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2022년 코스피 상장사 1사당 평균 감사시간은 4693시간으로 전년(4333시간) 대비 8.3% 증가했다. 시간당 감사보수는 10만5000원으로 2021년(10만1000원) 대비 4.4% 증가해 5년간 연평균 8.52%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도 모든 자산 총액 구간에서 1사당 평균 감사보수가 증가했고, 2018년 이후 연평균 18.82% 증가했다.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19.67%)',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19.23%)', '500억원 미만(15.04%)', '1조원 이상~2조원 미만(15.02%)', '5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13.78%)', '2조원 이상(8.10%)' 순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산 총액 '1000억원 이상~5000억원 이하'에 속한 회사의 1사당 감사보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2021년도 대비 32.46%, 연평균 19.67%)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역시 2022년부터 자산총액 '1000억원~이상 5000억원 미만'에 속한 회사의 개별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2022년 코스닥 상장사의 1사당 평균 감사시간은 1628시간으로 전년(1417시간) 대비 14.8%, 5년간 연평균 10.08% 증가했다. 시간당 감사보수는 10만6000원으로 2021년(10만2000원) 대비 4.3%, 5년간 연평균 7.93% 증가했다.
정도진 교수는 "현재 감사보수를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기업 규모가 크면 많이 나오게끔 되어 있어서 코스피 상장사의 지출이 더 큰 것"이라며 "기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실질과 맞지 않는 감사보수가 결정되며, 특히 표준감사시간제가 그렇게 결정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감사시간이 적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불만을 갖는 것"이라며 "감사보수가 늘어났지만 감사품질이 제고됐냐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가율 가장 높은 업종은 금융업
한편 최근 5년간 감사보수 총액 및 1사당 평균 감사보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금융업으로 드러났다. 감사보수 총액은 금융업(2022년 438억9900만원, 연평균 24.9% 증가), 제조업(2022년 3729억8900만원, 연평균 22.8% 증가), 비제조업(2022년 2274억6600만원, 연평균 22.6% 증가) 순으로 상승했다.
1사당 평균 감사보수 역시 금융업(2022년 6억3600만원, 연평균 22.5% 증가), 제조업(2022년 2억5700만원, 연평균 19.1% 증가), 비제조업(2022년 3억200만원, 연평균 18.3% 증가) 순으로 상승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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