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사 감사보수 사상 최대…자산 28% 늘때 비용 128% 증가

이선애 2023. 7. 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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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수 사상 최대]① 新외감법 시행 전후 4년 주기 비교, 1사당 평균 감사보수 5배로 증가
표준감사 시간 늘고 내부회계는 인증서 감사로…지정제로 위험 부담 ↑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감사보수 비용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이 핵심인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 2018년 11월 시행) 이후 감사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상장사의 감사보수 총액 증가율이 신외감법 시행 4년 만에 100%를 껑충 뛰어넘었다. 감사용역 보수가 상장사의 자산 성장폭보다 지나치게 커서 과다 지출을 조장한다는 기업들의 항변이 나온다.

1사당 평균 감사보수 101.4% 폭증

7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외감법 시행으로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 강화 등에 따라 상장사의 지난해 감사보수총액(6443억원)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분석 대상은 2022년 기준 코스피 798개, 코스닥 1597개 등 2395개 상장사다. 이 가운데 외국법인과 투자회사, 기업인수목적회사, 결산기 변경 및 사업보고서 미제출을 비롯해 금액 단위 불분명과 감사보수·시간 미기재로 내용 파악이 불가능한 회사를 제외한 총 227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신외감법이 시행된 2018년을 기준으로 전후 4년 주기 시간당 감사보수와 1사 평균 감사보수를 비교한 결과, 모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신외감법 도입 전인 2014년 대비 2018년에는 20.5% 증가했지만, 도입 이후인 2018년 대비 2022년에는 101.4% 증가했다. 시간당 감사보수 역시 2014년 대비 2018년에는 2.7% 증가했지만 도입 이후 2018년 대비 2022년에는 37.7%로 증가율이 가팔랐다.1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시행 전 대비 시행 후 5배로, 시간당 감사보수는 시행 전 대비 시행 후 14배로 급증했다.

1사당 감사보수와 평균 감사시간은 2018년부터 큰 폭의 증가세(2017년 대비 증가율 각각 13.1%, 8.1%)를 보이기 시작해 2020년까지 큰 상승폭을 유지했다. 2021년에는 이전까지 큰 폭 증가한 영향으로 상승폭이 줄어들었으나 2022년에는 증가세가 가팔라졌다(2021년 대비 증가율 각각 14.3%, 9.6%).

시간당 감사보수 역시 신외감법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시간당 감사보수는 10만6000원으로 전년(10만1000원) 대비 4.4% 증가했다. 2018년에는 7만7000원에 불과해 연평균 증가율은 8.3%에 달했다.

"신외감법도 입법 카르텔 의구심"

상장법인의 자산 총액은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연평균 6.27% 증가한 반면 감사보수 총액은 22.88% 증가했다. 상장법인 1사당 자산 총액은 5년간 연평균 2.94% 증가한 반면 1사당 감사보수는 2018년(전년 대비 증가율 13.1%) 외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0% 이상씩 증가(2019년 29.3%, 2020년 24.9%)하는 등 신외감법 시행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에는 8.7%로 증가세가 완화됐으나 2022년에는 14.3%로 증가폭이 커졌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9.03%로 높게 나타났다.

1사당 감사보수의 연평균 증가율(19.03%)은 최근 5년간 명목임금 연평균 증가율(3.47%)과 소비자물가지수 연평균 증가율(2.11%)도 크게 웃돌았다.

신외감법 시행 전후 4년 주기로 보면 감사보수 증가율이 더 눈에 들어온다. 상장법인의 감사보수 총액은 2022년 기준으로 2018년 대비 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장법인의 자산 총액이 27.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감사보수 비용이 과도했다는 것이 입증된다. 특히 같은 기간 명목임금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14.6%, 8.7%에 그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감사품질이 높아진다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내부회계관리제도, 표준감사시간제 등의 신외감법 도입에) 찬성하겠지만 대부분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감사인 '단순 교체'만으로도 감사품질이 하락하고 감사시간이 대폭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고 지적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상장법인의 감사보수가 늘어난 원인은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도입에 따른 것" 이라며 "특히 표준감사시간이 늘어나는데, 이게 일종의 하한선 같이 됐고 감사인 지정제의 경우 감사인 입장에서는 위험이 커졌으니 감사 후에 보수가 오른 효과를 가져왔다"고 짚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감사수수료가 배 이상으로 오른 것은 사실상 카르텔이 아닌 이상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신외감법도 입법 카르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강화가 감사시간 증가 요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 강화(검토→감사)가 감사시간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 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야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한다. 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용 증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는 순차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다. 2019년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 2020년에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 → 2022년에는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에 적용됐다. 이에 따라 2019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1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전년 대비 51.93% 증가했고 2020년 자산총액 '1조원 이상~2조원 미만', '5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 상장법인의 1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전년 대비 각각 43.02%, 55.58% 증가했다. 2022년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 상장법인의 1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32.94% 급증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순차 적용에 따른 자산총액별 상장법인의 1사당 평균 감사보수 변화를 보면 이 제도가 감사시간 증가를 이끌어 감사보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는 게 확실히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정도진 교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맞는다는 전제 하에 서류를 검토할 뿐이라서 시간이 많이 들지 않지만, 감사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면서 "이 제도로 감사시간이 늘어나 당연히 감사보수도 증가하지만, 기업마다 내부감사 위험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표준감사시간이라는 제도로 일률화시킨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들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를 2029년으로 5년 유예했다. 기업들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도진 교수는 "긴 시간(5년 유예)을 미루겠다는 것은 제도의 도입 타당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5년씩 미룰 바에는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해서는 의무 적용하고,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해서는 선택 적용하는 것이 낫다"라고 꼬집었다. 선택 적용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외부감사인에 감사나 검토를 받고, 그 결과를 공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목적이 재무제표 작성을 하기 위해 제대로 통제가 되는지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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