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협 첫 여성 회장 나왔다…민보협 회장은 '신의 직장' 이직자
21대 국회 마지막 1년을 책임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보좌진협의회 회장이 각각 새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김민정(김병욱 의원실) 보좌관이 총 534표 가운데 176표(33%)를 얻어 제33대 국보협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보협 회장에 여성이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후보가 도전한 이번 선거는 투표율 역시 78.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천 인화여고를 졸업한 김민정 회장은 이화여대에서 정치외교학 학사 학위를 받고 북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7대 국회 때 입법보조원으로 국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두아·이학재 전 의원실과 윤주경 의원실 등을 거치며 18년째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왔다. 그래서 이번 선거 슬로건도 첫 여성 국보협 회장에 도전하는 의미까지 담아 ‘변화의 시작, 입법보조원부터 보좌관까지’를 내세웠다.
김 회장은 당선 소감으로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보좌진의 일자리를 안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 몇 석을 확보하느냐, 얼마나 공정하게 세대별·직급별·직무별로 보좌진이 채용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라며 “행정·회계·수행·정책 등 각 전문 분야별로 보좌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보좌진협의회장은 초선·비례대표 의원실에 보좌진을 추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1석 확보 ▶비공개 의원총회 참여 보장 ▶인재영입위원회 및 공천심사위원회 참여 보장 등 보좌진의 정치 참여 확대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또한 국회의원 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해 부당한 갑질행위에 해당하면 국보협 차원에서 당에 공문을 보내 차기 공천 심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관철시켜 보좌진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 기간 보좌진 자녀를 대상으로 한 키즈 프로그램 확대, 정시 퇴근을 위한 의원회관 내 ‘퇴근송’ 도입 등 세심함이 담긴 공약도 차근차근 실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국보협 수석부회장으로 일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어려운 문제지만 동료들과 일일이 소통하며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민보협도 이정환(최인호 의원실) 보좌관을 33대 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회장은 총 826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517표(62.6%)의 지지를 받아 당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10년간 근무하며 한국노총 정책실장으로 처음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2016년부터 최인호 의원실에서 근무하며 국회 생활을 시작했다. 제 31대 민보협 부회장도 지냈다.
전북 익산 남성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LH를 그만두고 여의도에 왔을 정도로 신념이 뚜렷하다. 그런 그는 선거 기간에도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때 보좌진 공천 보장 ▶민보협과 민주당 사무총장 간담회 정례화 등 보좌진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하지만 보좌진은 거기에 맞춰 훈련이 가장 잘 된 사람들”이라며 “당직자 몫 비례대표가 있는데 보좌진 몫이 없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모두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데,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에겐 그런 기회가 없다”며 “1년 이상의 중장기 해외 교육 연수프로그램 신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선 소감을 묻는 말에 “우리 고생하는 보좌진의 희망이 되고,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그는 보좌진의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순위로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년 4월 총선 뒤 22대 국회가 꾸려질 때 각 비례대표 의원실에 국회 경력 보좌진 2~3명을 의무 채용하도록 하고, 민보협이 이력서를 취합해 각 상임위별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채용 풀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강도 업무에만 매진하는 보좌진의 여가 선용을 위해 민보협 차원에서 문화 강좌를 열거나 회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체육대회를 보다 활성하는 것도 이 회장의 목표다.
각각 700여명과 14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보협과 민보협은 보좌진의 권리 향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일하며 사실상 노동조합으로 역할하고 있다. 역사가 길어질수록 정치 현안에 입장을 밝히거나 성명서를 내는 등 정치 조직으로서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김민정 회장과 이정환 회장은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가 매주 금요일 연재하는 ‘보좌관의 세계’ 시리즈에도 참여했다.
김다영·전민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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