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반대 野철야농성…"아휴 못참겠다" 1시간 만에 듬성듬성
더불어민주당은 6일 저녁 7시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17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국회 로텐더홀 바닥에는 ‘윤석열 정권은 오염수 투기 반대 천명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깔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오염수 투기 반대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는 일본 맞춤형 깡통보고서’ 같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줄지어 앉았다. 소속 의원 167명이 전부 모이기로 했지만, 당직자는 “120명 정도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로텐더홀 열기는 뜨거웠다. 처음 발언대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윗단추를 푼 흰 셔츠 차림이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저버리는 정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하는 정권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여당이) 이름표를 떼고 나면 이게 과연 일본 총리실, 일본 집권 여당의 말인지 피해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실 또는 여당의 말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런 것이야말로 괴담 아니냐”, “이런 걸 혹세무민이라고 말하지 않냐”고 했고, 그때마다 의원들은 “맞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IAEA 보고서를 “일본 제공 자료에 따라 용역 발주한 대로, 일본 맞춤형으로 만든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우리 국민 85%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길 바란다”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명백하게 ‘한국 국민이 반대한다, 다른 방안을 찾자’고 이야기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철야 농성 시작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의원들의 대열이 하나둘씩 흐트러졌다. 필리버스터 첫 발언자로 나선 위성곤 의원이 “(당이)제게 15분을 부탁했는데 1시간 (발언)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술렁였다. 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대책위원장을 맡은 위 의원은 “정치를 일본 눈높이에서 하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서 하시길 바란다”는 등 오랜 시간 발언을 이어나갔고, 한 중진 의원은 “아휴 못 참겠다”라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이어 의원들 여럿이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고, 적지 않은 의원이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하거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바닥에 앉은 의원들 사이에선 “진짜 필리버스터인 줄 아나 보네” 같은 푸념도 나왔다.
위 의원은 발언 시작 43분 만에 “하도 그만두래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몇 개 더 있는데…”라며 발언을 마쳤다. 의원들은 껄껄 웃으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위 의원이 연단에서 내려가자 사회를 맡은 고영인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10분 전후로 (발언)해달라”며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당분간 흩어지는 모습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면서 오후 9시 30분쯤엔 약 70명만이 로텐더홀에 남아있었다. 맨 앞줄에 앉은 이재명 대표 역시 휴대폰을 꺼내 보거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시간이 더 흐르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하는 의원들이 늘었고,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청하는 의원도 나왔다.
민주당은 자정 무렵 필리버스터를 중단했다. 당초 당이 세운 계획으로는 자정부터 7일 오전 8시까지 의원 전원이 철야 농성을 벌이기로 했지만, 의원들끼리 2시간 단위 4개 조를 짠 뒤 릴레이 형태로 8시까지 로텐더홀을 지키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때문에 12시 무렵 국회 본관 앞엔 귀가하는 의원들을 태우기 위한 차량이 줄지어 섰다. 한 중진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나는 4시에 못 나와, 내가 어떻게 나오냐”라고 말하면서 차량에 탑승했다.
민주당의 철야 농성에 대해 국민의힘은 거세게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반과학적 선동에 대한 반성은커녕, 집단 철야 농성이라니 정녕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한민국 공당(公黨)이 맞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용환·강보현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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