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인데"…수능 넉달 전 평가원장 공모, 오늘 마감
수능을 4개월여 앞두고도 공석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자리는 언제 채워질까.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평가원장 공개모집이 7일 마감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공석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원장, 공모는 시작됐지만…적임자 찾을까
전임자가 수능도 아닌 6월 모의평가 문제 난이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다, 정부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를 하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수능”을 천명해 평가원장의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규민 전 평가원장은 지난달 19일 6월 모평 난이도 문제로 평가원이 감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통상 평가원장 선임 절차에는 두세 달이 소요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관에 따르면 별도로 구성된 후보자심사위원회가 원장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해 무순위로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정책 발표 등의 평가도 받아야 한다. 이르면 9월 전후로 새 평가원장이 임명될 전망이다.
평가원장은 후보자들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심사를 거쳐 임명되는 게 원칙이지만, 정부의 다양한 교육정책 기조에 발 맞춰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정무적 판단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가원은 수능뿐 아니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교과서 검정, 초·중졸 검정고시, 초·중등 임용고사 등 굵직한 정책과 관련한 시험을 출제한다.
“독이 든 성배…누가 나서겠나” 우려
최근엔 “모 교수가 평가원장 직을 제의 받았다가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평가원장은 “평가원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같은 자리”라며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곤혹스러운 일이 많은데, 수능 전 모니터링 차원의 모의평가에서 난이도를 문제로 원장이 그만두는 초유의 사태에서 누가 나서려 하겠냐”고 말했다.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4명이 수능 출제 오류로 중도 사퇴했다는 점도 이번 공모 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심사 후에도 적임자가 없다며 임명을 미룬 과거 사례도 있다. 2017년 6월 김영수 전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연구회는 그해 9월 3배수의 후임자 후보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 이후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 절차에 돌입해 수능을 2주 앞둔 11월에야 새 평가원장이 임명됐다.
평가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규민 전 원장의 경우 주변에 ‘이번 6월 모의평가 사태가 있기 전까지 교육부와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변에 말해왔다”며 “평가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고 정부와의 소통 능력, 위기 관리 능력을 두루 갖춘 사람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재 풀이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석 길어질수록 수험생 혼란도 커져”
또 다른 전임 평가원장은 “난이도를 조절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문제는, 그 어려운 문항이 교육적으로 적절하느냐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방침대로 출제를 고도화하려면, 평소 출제에 투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돼야 할텐데 과연 두어 달을 앞두고 임명되는 신임 평가위원장이 남은 기간에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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