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토종 AI는 살아남을 수 있나
지난달 초 미국 하버드대가 컴퓨터 공학 강좌인 CS50에서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사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CS50은 온라인으로 일반인도 들을 수 있다. 동영상 강의는 무료로 들을 수 있고 돈을 내면 과제를 내고 시험도 보고, 과정을 수료했다는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캠퍼스 내 수강 인원만 수백 명이며 온라인 강좌는 4만 명 이상이 몰린다고 한다. 과제를 점검하고 시험까지 보려면 사람 일손이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AI 조교다. 학생들은 학교 밖이나 심야 시간에도 이를 활용해 학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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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 열풍 속 역차별 우려
신산업에 과한 규제 말아야
기업도 갈등 해결 노력 필요
」
하버드대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엔 CS50을 담당하는 데이비드 말란 교수의 발언이 소개돼 있다. “궁극적으로 AI를 통해 CS50 강좌의 교사 대 학생 비율을 대략 1대 1로 맞출 수 있다.” 강력한 AI의 도움을 받는 미국 대학 온라인 강의가 한국 교육 시장을 강타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하버드대와 MIT는 이미 온라인 대학 강좌 서비스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대학교수도 이를 크게 우려했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는 교육이나 쇼핑 같은 다양한 서비스와 접목될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언어의 장벽까지 낮추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산업 지형을 뒤흔들 것이다. 글로벌 AI 시장은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 등이 일단 주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체적인 대화형 AI를 개발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국내 검색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는 다음 달 챗GPT에 맞서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나 학습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초거대 AI추진협의회가 발족했다. 이 자리에선 ‘AI 주권’이 언급됐다. 공동 회장사인 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대표는 “회원사들의 수준 높은 기술과 노하우를 융합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AI 주권을 보호하고,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화형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해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통제권이 외국 업체에 넘어간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국내 업체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일부에선 미국과 유럽의 규제 논의 이면에는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 하는 디지털 산업의 패권 경쟁이 숨어 있는데 한국은 규제 자체만을 모방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경쟁 외국 기업은 하지 않는데 국내 기업엔 과도한 의무가 부여된다는 지적도 있다.
적어도 국내 기업들이 외국 업체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은 마련해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기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최근엔 킬러 규제 완화를 얘기했다. 다만 기존 규제 없애는 것 못지않게, 신산업 분야에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새로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오픈AI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지난달 9일 한국을 방문해 “규제를 하더라도 혁신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확보도 꼭 필요하다. 좋은 자료가 많이 확보될수록 AI가 내놓은 답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유명한 알파고도 기보를 습득하며 강해졌고 나중엔 무적이 되지 않았나.
김유원 대표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측면에서 보면 오픈AI는 데이터를 어디에서 수집하는지 공개를 안 하는데, 우리는 공개하고 있지 않나. 데이터 학습에서 ‘써도 된다’ ‘쓰면 안 된다’가 명확하지 않다. 회색 영역이 많다. 저작권 등 여러 이슈에서 한시적으로 좀 ‘관대한 기준’을 마련해주면 기업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저작권 문제와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미국에서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려 있다. AI가 넘어야 할 산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타다 서비스가 결국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나. 갈등 당사자 간의 합의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미국은 소송도 빈발하지만 적절한 타협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AI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국내 대기업도 개인정보 침해를 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심어 줘야 데이터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다. 아울러 저작권 문제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런 노력이 함께 가야만 토종 AI가 외국 AI에 맞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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