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돈과 알
돈은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기존 제도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증식하려는 돈은 기존 제도를 깨뜨려야 한다.
달걀은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는 줄탁동시(啐啄同時)로 깨진다. 신산업을 둘러싼 기존 제도는 밖에서 정부와 국회가 고쳐줘야 한다. 현 정부도 신산업 규제를 덜어주기 위한 제도 개정에 힘을 쏟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신산업 발목 잡는 기업애로 30건 모래주머니 제거한다’는 자료로 규제개혁 노력을 알렸다.
더 슬기롭게 깨야 할 알 껍데기가 있다. 오랫동안 기존 영역의 특성과 이해관계 속에서 단단해졌지만, 틈을 내 나오게 하면 그 신사업이 사회에 편익을 주면서 성장해나가리라고 기대되는 부류다. 비대면 진료를 아직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이 그런 껍데기다. 앞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팬데믹 기간에 실시됐다. 이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6월부터 석 달 기간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반영해 의료법을 개정하는 논의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이 글은 현재 뜨거운 쟁점인, 의료법을 어떻게 개정할지는 거론하지 않는다. 대신 비대면 진료 허용은 사회에 주는 효용이 큰 만큼 다른 규제 개혁보다 산업적으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예컨대 현 정부의 ‘30건 모래주머니’ 중 1호는 태양광발전 모듈을 남향으로만 설치하도록 한 규제를 제거해 다른 방향으로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황당한 규제에 미세한 조정이다. 그에 비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시기에 137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면서 효과와 만족, 안전 등에서 고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된 의료 접근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산업으로 자리 잡고 자라날 수 있을까. 정책·제도 관계자들의 열정과 지혜를 기대한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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