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유니버스
‘우주·만물’이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는 라틴어 명사 universum
에서 유래했다. ‘하나’를 뜻하는 수사 uni와 동사 verto(돌다)의 과거분사 형태인 versus가 결합한 단어다. 돌고 돌아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유니버스와 ‘초월’을 의미하는 meta가 결합한 신조어가 메타버스(metaverse)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다. 미국의 공상과학(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접속하는 세계가 메타버스다.
미국 만화산업계의 양대 산맥인 마블 코믹스와 DC코믹스가 선보인 수퍼히어로 캐릭터가 히트를 치면서 유니버스는 ‘세계관’이라는 의미로도 확장됐다.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수퍼히어로 시리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앞 자를 따서 MCU라고 부른다. 등장인물은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위도우, 스파이더맨 등이다. MCU는 개별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서로의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어벤져스’ 시리즈로 흥행몰이를 한다. DC코믹스의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은 ‘저스티스 리그’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축한다. SF영화계의 대가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 같은 사람은 마블과 DC의 주인공들이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팬들은 “주인공의 결점과 약점에도 매력을 느낀다”고 옹호한다.
요즘 한국에선 또 다른 의미의 MCU가 형성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주인공인 형사 마석도 역을 연기하는 배우 마동석의 이름을 딴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맨주먹으로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한국형 히어로인 마석도를 다룬 범죄도시는 2편에 이어 3편이 관객 1000만명을 모으면서 쌍천만 시리즈로 등극했다. 전작의 빌런을 차기작의 빌런이 넘어섰고, 마석도 역시 이들과 맞서는 마석도를 뛰어넘은 것이 인기 비결이다. 범죄액션 영화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 꿈인 마동석의 MCU는 이제 시작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이 형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8편까지 예정돼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우주’ 하나가 인생의 ‘세계관’을 확장해나가는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문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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