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환생하면 알게 되는 것들
‘환생’은 이제 한국 드라마의 주요 테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tvN)는 보다 과감하다. 주인공 반지음(신혜선)이 19번째 인생을 살면서 전생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가 절망스런 상황을 버텨내는 힘도 전생에서 나온다. “괜찮아. 예전에는 전쟁통에도 태어났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여러 번 산다고 해서 꼭 철이 드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전생에 조카였던 애경(차청화)이 어느 날 “환생해도 왜 철이 안 드느냐”고 묻자 반지음이 답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철들지 않아. 철이 든 척하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19회 차 인생이라고 해서 철든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하긴, 나이 들수록 철없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그걸 또 정색하고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 좋은 사람 만나면 가슴 설레고, 나쁜 사람 보면 화나고, 갈림길에 서면 갈팡질팡하고, 일단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게 인생이니까. 어차피 미래는 종잡을 수 없는 거니까.
그래도 조금씩 교훈을 얻어가는 건 가능한지 모른다. 반지음은 임진왜란 때 ‘뛰면 살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았고, ‘어깨는 기대라고 있는 거’라는 걸 알았다. 철들진 못하더라도 삶의 감각을 키워가는 것. 그건 이번 생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조현TV 휴심정’에서 들은 얘기다. 이현주 목사가 권정생 선생과 함께 중풍이 든 전우익 선생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권 선생이 “불교가 윤회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환생하면 얼마나 좋으냐. 왕도 돼보고 거지도 돼보고 여자도 돼보고. 그렇게 다 돼 보면 뭘 좀 알 거 아니야.” 이 목사가 “뭘 아는데?”라고 묻자 전 선생이 일그러진 입으로 대신 답했다고 한다. “밸 거(별거) 아니라는 거.”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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