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후쿠시마 오염수와 인간의 부정본능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과학으로 보자면 간단하다.
일본의 계획은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걸러낸 다음 바닷물로 희석해서 30년에 걸쳐 방류하는 것이다.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극소량에 불과하다. 해양 오염이나 인체에의 악영향은 우려할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 과학적 결론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4일 공개한 결론도 같은 내용이다. 한국의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마찬가지다.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바퀴 돌고 우리 바다에 들어올 무렵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농도가 기존 우리 바다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명백한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분분하다. 사실 보통 인간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며, 합리적이기보다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석학 한스 로슬링(1948-2017)은 '인간 무지의 원인' 중 하나로 '부정본능'을 꼽았다. 수백만년 진화과정에서 뇌 속에 자리잡은 본능이다. 부정적인 현상에 더 주목하고, 깊이 생각하기보다 빨리 피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다.
그래서 '방사능'이란 말만 들어도 본능적 경계심이 발동한다. 자신의 느낌에 부합하는 정보만 편식하는 확증편향을 반복하며 배타적 확신에 이른다.
이런 편향을 집단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정치다. 정당은 자기 무리를 키우기위해 경계심을 자극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에 속했다고 느낄 때 안도한다. 집단편향까지 작동되면 과학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세상의 무지와 싸웠다'는 로슬링의 결론은 '세상은 좋아진다'이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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