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명으로 늘어난 ‘그림자 아이’ 사망…보호출산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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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용인서 영아 암매장·피살 확인
부작용 대책 마련해 ‘익명 출산’도 검토해야
2015년 이후 태어난 ‘출생 미신고 아동’ 가운데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영아가 23명으로 늘었다. 어제 하루만 해도 7년 전 경기도 김포의 한 텃밭에 딸을 암매장한 40대 여성이 붙잡혔고, 용인에선 8년 전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부와 외할머니가 긴급 체포됐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이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123명을 정부가 추적하기 시작한 지 보름 만에 23명의 사망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에 수사 의뢰가 들어온 사안만 598건에 이른다. 전날까지 420건이었으니 하루 사이에 49.5%(198건)가 늘었다.
간헐적으로 영아를 살해한 부모가 붙잡혀 보도됐지만, 이렇게 많은 아이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2일 감사원이 2015~2022년생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냉장고에 두 아이의 시신을 보관해 온 친모가 경기도 수원에서 붙잡히는 등 곳곳에서 아기의 유해가 나오고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그림자 아이’가 살해 위험에 노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회는 지난달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를 통과시켰다. 이후에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정부가 관련 정보를 확보한 만큼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출생통보제 시행이 일부 영아들을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출산 사실을 정부에 알리는 걸 꺼리는 부모의 경우 의료기관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출생통보제 시행 이전에도 병원 밖에서 아이를 출산해 살해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2021년 7월 경기도 안양에선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비닐로 살해한 산모가 붙잡혔고, 2020년 1월 서울 강북구에서도 비슷한 영아 살해가 드러났다. 성폭행당하는 등 뜻하지 않은 이유로 임신하게 된 여성이 의료기관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지리란 우려가 나온다. 상식적으로 병원에 출산 기록조차 안 남은 아이는 더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부모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출산하면 사회가 아이를 지켜주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입양 아동이 늘고 훗날 친부모를 찾기 어렵다는 등의 반론에 가로막힌 상태다. 현행법 체계상 익명 출산에 난점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부작용도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는 비할 수 없다. 미국에서 운영하는 ‘공공 베이비박스’를 비롯해 여러 가지 대안이 있다. 정부와 국회·사회단체는 지혜를 모아 보호출산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사상 최저 합계출산율(0.78명)을 걱정하는 나라에서 영아 살해를 알고도 방치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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