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 부족과 감독 부실이 키운 새마을금고발 금융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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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등 기본정보 공개 부실해 시장 불안 키워
지난해 부동산 침체에도 금고 PF 대출은 더 늘어
올해 출범 60주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대출 자산의 부실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연체율이 최고 6.49%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연체율(3.59%)의 두 배에 육박한다.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성격의 금융기관인 단위 농·수협과 신협 같은 상호금융권 전체의 올해 1분기 연체율(2.42%)의 두세 배 수준이다. 이런 불안 조짐에 올해 3~4월 두 달간 새마을금고에서 7조원이 빠져나갔다.
연체율이 높은 일부 금고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일자 정부가 부실 금고를 특별관리하고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대책을 며칠 전 발표했다. 어제는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참여하는 범정부 위기대응단이 나서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높아졌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연체 채권 대부분이 선순위 담보 채권이고,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담보물을 팔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고객들은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 예금자도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그러나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새마을금고의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 자산 284조원, 거래 고객만 2262만 명에 달해 상호금융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데도 연체율이나 수신 잔액 같은 기초정보조차 띄엄띄엄 공개된다. 정보 부재가 시장 불안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을 표방하는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자치단체에 설립인가 권한이 있고 그래서 행안부가 관리·감독의 주무부처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금감원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행안부의 감독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행안부가 과연 새마을금고를 감독할 전문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새마을금고 대출(213조원)의 절반 이상이 기업 대출이다. 사실상 부동산 PF 대출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협동조합이 당장의 수익만 좇아 부동산 대출에 뛰어들었는데 새마을금고중앙회도, 행안부도 브레이크를 잡지 않았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새마을금고와 다른 금융기관의 금융서비스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별도의 관리·감독 체계를 유지해 온 것은 전형적인 공급자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도 모종의 ‘이권 카르텔’이 똬리를 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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