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살다보니, 눈 없는 거미 됐죠
국내 최초로 눈이 퇴화해 없어진 거미가 경상남도 합천의 한 동굴에서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일생을 동굴에서 서식하면서 눈이 퇴화해 없어진 동굴성 거미 신종 1종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국내에서 눈이 없는 거미가 발견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승환 서울대 교수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경상남도 합천군의 한 동굴에서 지난해 2월 이 거미를 발견하고 최근까지 종(species) 정보와 생태 특성 등을 연구했다. 그 결과, 해당 거미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신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학술적으로 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된 생물종을 신종이라고 부른다.
특히 이 거미는 평생을 어두운 동굴 속에서 살다 보니 8개의 눈이 있는 일반적인 거미와 달리 시각기가 점차 퇴화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세 번째 다리 쌍에 나 있는 구멍이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정선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연구관은 “어두운 동굴에 사는 진동굴성 거미는 보통 거미와 달리 눈이 6개로 적은 편이지만 눈이 아예 없는 거미를 국내에서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거미가 몸 색깔이 투명하고 연한 갈색을 띠고 있고 동굴에서 빛을 받으면 영롱한 구슬처럼 보여 ‘한국구슬거미(Telema coreana)’로 이름 짓고, 올해 안으로 ‘국가생물종목록’에 신종으로 등록해 관리할 예정이다.
유 연구관은 “동굴이 어둡다 보니 천적을 피하기 위한 보호색이 의미가 없어서 몸 색깔이 거의 흰색에 가까운 게 진동굴성 거미의 특징”이라며 “처음 발견했을 때 빛에 반사된 모습이 구슬처럼 예뻐서 한국구슬거미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
몸길이가 1㎜ 정도로 매우 작은 한국구슬거미는 동굴 입구로부터 약 80m 정도 들어간 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동굴 벽 틈에 편평한 형태의 거미줄을 치고 매달려 산다. 이곳 서식 환경은 내부가 어둡고 습도가 95∼10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에 한국구슬거미는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긴 다리를 갖는 등 동굴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동굴성 거미 신종 발견은 우리나라 생물 주권 확보 및 강화를 위한 기초 성과 중 하나”라며 “동굴성 무척추동물의 본격적 조사·연구 활성화는 물론 주요 서식처인 동굴의 보전·관리를 위한 정책 마련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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