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동료 수감자에 도움청하며 40억원까지 제시"

‘라임 사태’ 주범으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탈주 계획을 세우며 이를 돕는 조건으로 동료 수감자에게 사례비를 40억원까지 제시한 정황이 나왔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 연합뉴스

6일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조직폭력배 출신인 같은 구치소 수감자 A씨에게 탈주를 돕는 조건으로 20억~40억원을 제시했다. 금액은 탈주를 계획한 날이 다가오면서 껑충 뛰었다.

김 전 회장의 친누나 김모(51)씨는 지난달 10일 착수금 1000만원을 A씨의 외사촌에게 전달했다. 대포차 구입 명목으로 2000만원을 추가 지급하려던 정황도 드러났다.

김 전 부회장의 탈주 계획은 돈을 받은 지인이 수감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검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검찰이 확보한 A4용지 수십장 분량의 탈옥 계획서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법원과 검찰청사의 건물 조감도뿐 아니라 자신의 동선상에 있는 폐쇄회로TV(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기록했다.

라임 사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계획을 도운 혐의를 받는 친누나 김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을 때 식사 시간, 이동 시 교도관의 숫자도 이 계획서에 담겼다. 또 건물 밖 흡연구역의 위치, 호송 차량이 이동하는 방향과 좌석 배치도까지 상세히 기록해 치밀하게 탈옥을 준비했다. 자신이 앉을 자리에는 '구출자'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이 동료 수감자를 포섭하기 위해 구체적인 탈주 계획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을 구치소에서 빼내려 한 혐의를 받는 누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원조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