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현대LNG해운 인수한다고?...연내 매각 마무리한다는데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7.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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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해운 업체 HMM(옛 현대상선) 매각이 한 치 앞을 모르는 안갯속에 빠졌다. 매각 작업이 공식화됐지만 인수 후보군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은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데 해운 업황이 침체된 데다 영구채 문제도 변수라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산은, HMM 연내 매각한다지만

인수 후보군 대부분 손사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 작업이 차질 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지분 19.96%를 보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다.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해 용역 수행기관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3월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매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는 HMM 매각가를 7조~8조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국내 최대 해운 업체 HMM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Blessing호. (HMM 제공)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여 만이다. 한동안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해왔지만 2013년 말 유동성 위기 이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수혈받았다. 2016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고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HMM 매각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수요가 얼어붙자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해상 운임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덩달아 HMM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 단기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1분기 평균 969로 전년 동기(4851)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SCFI의 손익분기점이 1000선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발발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해상 운임이 떨어지면서 HMM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HMM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3%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매출도 2조816억원으로 같은 기간 57.7% 줄었다.

하반기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으로 HMM이 올 하반기부터 영업손실을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수기인 2~3분기에 그해 실적이 결정 나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해운 업황이 좋지 않아 물동량이 반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급락하는 가운데 HMM 매출의 80% 이상이 컨테이너선일 정도로 컨테이너선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변수다. 컨테이너선 업황이 살아나지 않으면 실적이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급 과잉 우려도 크다. 글로벌 해운사마다 호황기에 발주했던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주요 항로에 투입되는 점도 변수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인도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총 24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2024년에는 410만TEU에 이를 전망이다. 그만큼 단기간에 선박 공급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혹여 HMM이 적자로 돌아서면 매수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HMM 인수 후보로는 현대차그룹, LX그룹, 포스코, CJ대한통운, 하림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되지만 대부분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현대차, 포스코그룹이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그나마 물류 기업 LX판토스를 보유한 LX그룹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힌다. 신생 기업인 LX그룹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거액의 베팅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재계 40위권인 LX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단숨에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선다. 대한해운을 인수해 해운업에 뛰어든 SM그룹도 다크호스로 불린다. SM그룹은 HMM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 5.52%를 보유한 핵심 주주기도 하다. 다만 이들 후보군 모두 HMM 인수 관련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LNG해운 인수 변수

HMM 주가 하락에 소액주주 반발

매각 작업이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HMM이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걸 두고서도 시끌시끌하다.

HMM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대LNG해운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 컨소시엄(79%)과 대신프라이빗에쿼티(21%)가 보유한 지분 100%다. HMM은 매수 희망가로 3000억원대 초반을 써냈다.

현대LNG해운은 HMM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LNG해운 모태가 현대상선(현 HMM) LNG전용사업부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2014년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1조300억원을 받고 IMM PE 등에 현대LNG해운을 매각했다. 현대상선이 2029년 말까지 LNG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 조항도 계약 내용에 포함됐다.

HMM이 갑자기 현대LNG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은 뭘까.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큰 만큼 사실상 컨테이너선 운임에 회사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HMM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84.1%에 달한다.

HMM은 컨테이너선 업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탱커선(유조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LNG해운을 인수하면 경업금지 문제가 해결돼 LNG선 사업에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다. 현대LNG해운은 LNG운반선 16척을 보유한 국내 1위 LNG 수송선사다. 다만 HMM이 현대LNG해운을 인수하면 덩치가 커져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HMM 영구채 처리도 풀어야 할 과제다. HMM은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총 2조68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두 기관이 보유한 CB, BW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 비율은 40.65%에서 74%까지 치솟는다. 그 가치만 4조원에 달해 산술적으로 인수 자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HMM을 인수하려면 두 기관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 영구채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HMM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려면 CB, BW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영구채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 부진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HMM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점도 변수다. 2021년 5월 5만원 수준까지 치솟던 HMM 주가는 최근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동안 주가가 급등하며 ‘흠슬라(HMM+테슬라)’라는 별칭까지 붙었지만 2년여 만에 반 토막 난 셈이다. HMM 주가가 급락하자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논란이 커지자 김경배 사장은 최근 보통주 572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단가는 1주당 1만7500원으로 총 금액은 1억원가량이다. HMM 측은 “책임 경영을 실현하고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소액주주 불만이 누그러들지는 미지수다. HMM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성급하게 매각할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각종 논란을 딛고 HMM 매각에 성공할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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