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모뉴먼트 ‘승무원 화장품’ 달바 인기…전 제품 비건 인증 [영업이익 강소기업] (72)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7.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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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미스트’.

K뷰티 브랜드 ‘달바(회사명 비모뉴먼트)’의 베스트셀러 ‘화이트 트러플 미스트’ 제품 별명이다. 화이트 트러플 자체가 워낙 고급 식자재인 데다 요즘 대세인 ‘비건(식물성)’ 트렌드까지 가미한 제품이다 보니 글로벌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안목이 높은 항공사 승무원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났다. 그 덕에 ‘국민 미스트’라는 별명까지 따냈다. 뒤이어 선보인 선크림도 화해와 올리브영에서 1위에 오르며 회사 성장세가 뚜렷해졌다. 그 덕에 코로나19 여파로 K뷰티 시장이 위축됐다지만 달바에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돼버렸다. 2019년 233억원이던 매출액이 4년 만인 지난해 145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내실은 더욱 탄탄하다. 2019년 겨우 흑자 구간에 들어선 후 2020년 매출 475억원, 영업이익 11억원(영업이익률 2.3%)을 기록했다. 이듬해는 각각 692억원, 24억원(영업이익률 3.5%)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153억원을 기록, 이익률이 10%를 뛰어넘었다.

K뷰티 시장에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비모뉴먼트의 성장과 내실 경영 비결을 들여다봤다.

반성연 비모뉴먼트 대표
비모뉴먼트 어떤 회사?

네이버·컨설팅 출신 반성연 대표 창업

창업자는 반성연 대표다.

네이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에 눈을 떴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ADL, AT커니)에서 유명 화장품 기업 사업 전략 컨설팅을 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이런 배경으로 2016년 창업에 나서 오늘에 이른다.

그는 시작부터 목표 시장을 글로벌로 잡았다.

반성연 대표는 “해외 진출을 하려면 글로벌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을 기획해야 하는데 이때 시장조사 결과 주목한 것이 ‘비건’이었다”며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핵심 성분을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달바’로 지었다. 최상급 화이트 트러플이 생산되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알바’라는 지역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를 통해 식물성이라는 ‘안정성’에 그치지 않고 확실한 ‘효능’까지 갖춘 브랜드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비건 이너뷰티(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거너리’를 출시, ‘먹으면서’ 미모를 관리하는 영역까지 시장을 확장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70억원이다.

영업이익률 높아진 비결은

해외 인증 선투자 효과 지난해 뚜렷

“2021년까지는 이익을 크게 남기기보다는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제품 개발과 인증 그리고 마케팅에 투자하자는 방향이었습니다. 신제품 개발, 그리고 달바 제품의 인체적용시험(효능 효과 임상시험)도 적극적으로 많이 진행했어요. 전 제품에 대한 이탈리아 비건 인증도 최대한 추진했고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의 경우는 비용 때문에 임상시험과 전 제품 인증, 이런 부분에 예산 집행하기 쉽지 않은데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달바 전 제품에 대한 인체적용시험, 비건 인증 등이 완료됐다. 인증 관련 비용이 확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을 늘린 것도 큰 힘이 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달바’는 홈쇼핑 채널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효능에 대한 임상 테스트, 인증 그리고 ‘브랜드의 철학과 특장점을 알리는 마케팅’이 서서히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자사몰과 카카오 선물하기 매출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비모뉴먼트는 온라인 유통 원칙을 세웠다. 마케팅 대행사를 쓰지 않고 자사몰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올리브영, 쿠팡 등 온라인 판매 채널 운영을 직접 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중간 수수료를 떼이지 않고 마케팅 역량도 회사 내에 쌓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

회사 관계자는 “도매상에게 물건을 넘겨 제3자가 다양한 경로로 판매하게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 매출은 키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통제 정책을 유지할 수 없어 지양하고 있다”며 “회사 경영 상태나 인력 수준에 맞춰 조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통 채널을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인증을 끝마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2만~3만원대 제품(미스트 세럼, 선크림류)이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지난해 고함량,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인 더블 세럼과 더블 크림(정가 7만원대)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익률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상품 기획에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도 먹혔다.

“달바 제품 수를 보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브랜드 대비 제품 가짓수(SKU)가 아주 적은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달바의 정체성을 담은 제품만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식물성 원료에 ‘화이트 트러플’만 넣는 게 아니라 성분과 원료는 물론 요즘 시대에 맞는 혁신성을 가미하는 겁니다. 그래야 후속 주자로서 우리가 목표로 했던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식물성 원료에 계면활성제까지 뺀 미스트 세럼 같은 제품이 이런 예입니다.” (반성연 대표)

‘승무원 세럼’으로 유명한 달바 아로마틱 세럼. (비모뉴먼트 제공)
약점은 없나

해외 매출 비중 늘려야

비모뉴먼트도 넘어야 할 산은 적잖다.

K뷰티 산업이 대외 환경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한한령,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대기업도 매출 하락 사태를 맞이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비모뉴먼트 역시 창업 2년 차까지는 중국 사드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애초 약속했던 중국 업체와 계약이 헝클어지면서 초기 자본금이 바닥나 반 대표가 개인 대출을 받아 몇 달간 직원 월급을 줬을 정도다. 다행히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숨통이 한 번 트였고, 이후 승무원 미스트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해외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달바의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13%대(190억원).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 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올해 글로벌 매출 비중 20%, 목표 매출액은 400억원을 잡았다고 밝혔다.

신사업 안착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비건 기반 건기식 사업에 진출했는데 과연 이 시장에서 차별점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회사 측은 “먹는 콜라겐 시장은 동물성(생선 계열 콜라겐)이 주류인데 이제는 목이버섯, 히비스커스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콜라겐도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아직 비건 건기식은 대중화가 되지 않아 원료 가격이 높기는 하지만 달바처럼 시장을 선점하고 선도한다면 장기적으로 큰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 기업을 표방하는 비모뉴먼트가 K뷰티 선봉장이 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높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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