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하는 강남 아파트 삼풍…입지 좋지만 높은 용적률 아쉬워 [재건축 임장노트] (25)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7. 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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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꼽혔던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향해 잰걸음 중이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하면서 신탁사 선정에도 나서는 등 재건축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고급 주택이 밀집한 입지인 데다 2300가구 넘는 대단지라 재건축 기대감이 높다. 다만 높은 용적률 탓에 낮은 사업성은 부담 요인이다.

1988년 준공한 삼풍아파트는 최고 15층, 24개동, 총 2390가구 규모 매머드급 대단지다. 전용 79~165㎡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길 건너 맞은편에 위치해 법조계 인사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다.

준공 당시에는 최고 분양가(3.3㎡당 133만원)를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손꼽혔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 아시아선수촌과 함께 나름 고급 아파트로 통했지만 지금은 고급 주상복합, 재건축을 마친 신축 단지에 둘러싸여 주변 단지에 비해 시세는 낮은 편이다. 삼풍아파트 전용 130㎡는 지난 6월 2일 30억5000만원(4층)에 실거래됐다. 매물 가격은 32억~37억원 사이다. 인근 단지 ‘반포써밋’ 전용 133㎡의 경우 최근 실거래된 사례는 없지만 매물이 41억~46억원 사이에 나와 있다.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130㎡ 매물은 46억~50억원에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풍아파트에는 재건축을 갈망하는 소유주가 꽤 많았다. 그러나 높은 용적률 등을 이유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서초 ‘아파트지구’를 좀 더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부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호재가 이어졌다. 이를 기회로 삼풍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절차까지 빠르게 진행시키는 모습이다.

서초구청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구청은 최근 삼풍아파트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냈다. 지난 6월 21일부터 접수를 받아 29일 개찰을 진행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용역 업체가 선정된 이후 용역 수행 기간은 90일”이라고 설명한다. 단순 계산하면 용역 수행은 9월 말이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삼풍아파트재건축준비위원회(준비위)는 앞서 5월 16일 정밀안전진단 예치금을 구청에 납부하고 절차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준비위는 “용역 업체 선정부터 실시 기간까지 최대 5개월로 보고 있으며 결과는 10월 말쯤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풍아파트 준비위가 정밀안전진단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약 1년 만이다.

안전진단·신탁사 선정 동시에 척척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 방식 유력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삼풍아파트 준비위는 부지런히 우선협상대상 신탁사(사업시행자) 선정 절차에도 나섰다. 지난 6월 20일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에 관련 공고문을 내고 7월 3일까지 입찰 서류를 접수했다.

준비위는 삼풍아파트가 지난해 예비안전진단을 여유 있게 통과한 만큼 정밀안전진단도 수월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풍아파트는 예비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과 ‘건축마감·설비노후도’ 부문에서 D등급, ‘주거환경’ 부문에서 E등급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재건축 안전진단 개정안에 따라 구조안전성(50% → 30%) 비중이 낮아지고, 주거환경(15% → 30%), 설비노후도(25% → 30%) 비중은 높아진 만큼 삼풍아파트에는 평가 기준이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정밀안전진단에서 통과한 이후에는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의 재건축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올 10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다면 준비위는 이번에 선정하는 신탁사와 함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패스스트랙 후보지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도입된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시가 개입해 사업성과 공공성이 조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패스트트랙은 신속통합기획 추진 지역 중에서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곳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자문 방식’이다. 서울시 기획설계 용역 없이 자문을 통해 이후 절차로 건너뛸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통상 기획설계 용역을 발주하는 데 2개월, 이후 선정된 용역사와 시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6~10개월이 걸렸는데 이중 용역 발주 기간과 이후 계획 수립 기간만큼 단축이 가능해진다.

종합해보면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1년 내로 짧아져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적용해 삼풍아파트 준비위는 내년 말 정비구역 지정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후 시공사 선정부터 사업시행인가 과정은 2027년까지 마무리하고, 착공 후 2030년까지는 입주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신탁사를 선정한 후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신청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윤관식 기자)
법조타운·업무지구와 가까운 입지

現 용적률 221% 인센티브가 관건

준비위가 삼풍아파트 재건축에 나름의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남권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입지 등 장점이 적잖아서다.

삼풍아파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고등법원 등 서초 법조타운과 강남 업무지구가 가깝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을 비롯해 9호선 사평역이 도보권이다. 동 위치에 따라서는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9호선·신분당선 신논현역,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도 멀지 않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컬설팅 대표는 “단지 주변에 이용 가능한 노선이 많고 가구 수가 많아 재건축을 마치고 나면 재평가받을 수 있는 단지”라고 말했다.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이라는 점 덕에 재건축 시장에서 관심 가질 만한 단지기는 하지만 문제는 용적률이다. 삼풍아파트는 현재 용적률 221%, 최고 높이 15층짜리 중층 아파트다. 통상 정비업계에서는 아파트 용적률이 180%보다 낮아야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한 용적률 상향이 이뤄져야 무난하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입지와 주변 시세, 용적률 등을 고려해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해 점수화한 결과에 따르면 삼풍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은 84점이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100점이면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고도 기존 평형과 같은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점수가 100점을 넘기면, 같은 평형 아파트를 배정받고도 이익을 환급받는다는 뜻이다.

다윈중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용 130㎡(옛 46평) 소유주가 비슷한 면적인 전용 114㎡(옛 43평)를 배정받는다고 가정하면, 추가 분담금 없이 4000만원을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같은 소유주가 평형을 늘려 전용 130㎡(옛 52평)를 배정받을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을 4억2000만원가량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용적률은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270%(제3종일반주거지역)만 적용받고, 3.3㎡당 일반분양가는 5189만원이라고 가정했다. 물론 재건축 사업이 지연 없이 진행될 경우를 가정했다. 주택 시장 상황과 사업 시점의 시세, 사업 속도, 정책 변수에 따라 사업성은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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