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사각지대도 외웠다” 김봉현의 27장짜리 ‘프리즌 브레이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세 번째 탈옥을 계획하다 발각된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A4용지 27장 분량의 탈옥 계획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작성한 탈옥 계획서에는 법원과 검찰청사 조감도와 탈주 시나리오 등이 담겼다. 문건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뿐만 아니라 차량이 이동하는 방향, 건물 밖 흡연구역 위치까지 적혀있었다. 호송차 내부 좌석 배치와 창문 위치 등도 상세하게 기록돼있었다. 이때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앉을 자리에 ‘구출자’로 적어두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구치감 비밀번호나 출입문 이용 가능 시간, 출정 시 식사시간, 시간대별 교도관 숫자 등의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해당 내용을 기억해뒀다가 구치소 방에 돌아와 복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탈주를 도와줄 조폭 출신 동료 수감자 A씨를 포섭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수원여객, 스타모빌리티 등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받고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그는 2심 재판을 받기 위해 출정하거나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갈 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방청객으로 위장한 조폭이 법정에서 난동부리는 틈을 타 도주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탈옥에 성공하면 20억원을 주겠다”고 회유한 뒤 친누나 김모씨(51)를 통해 A씨의 외사촌인 B씨에게 착수금 10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B씨가 검찰에 신고하면서 탈주 계획이 발각됐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남부구치소에 김 전 회장의 탈주 계획을 알리고 예정된 참고인 조사 등을 모두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누나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김 전 회장의 두 번째 도주 이후 도피 조력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탈주 계획을 외부로 유출한 경로와 탈옥 대가의 실체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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