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민주당 간판 걸라" 이재명 "장관이 감정적 대응"

김준영, 김하나 2023. 7. 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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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부터 추진돼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해 6일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토부가 해당 사업의 도로 노선 변경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목적이라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자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강수를 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뉴스'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도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추측과 정황만으로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다면 저를 고발하라”며 “수사 결과 제가 김 여사 일가 땅이 (대안 노선 인근에)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사업 업무 관여자들에게 보고·지시받은 게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수사 결과 의혹이 근거 없고 무고인 것이 밝혀진다면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이 이후로 근거 없이 의혹 제기하는 사람은 정계를 떠나거나 국민 상대로 한 공개 스피커 역할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지난 5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발표 후 시작됐다.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 때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는데, 영향평가 후 강상면으로 변경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서다. 민주당은 “강상면 종점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2만2663㎡(약 6855평) 있다”(강득구 의원)며 노선 변경에 김 여사측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추진된 것을 전부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국토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또 “지난해 6ㆍ1 지방선거로 양평군수가 민주당 소속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지 한 달 만에 종점이 바뀌었다. 그 시점에 지역구 국회의원(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위를 국토교통위로 바꿨다”(강득구 의원)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선교 전 의원과 국토부, 윤 대통령의 처가를 묶어 ‘양평 카르텔’로 규정했다. 김선교 전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캠프 회계책임자가 불법 후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벌금 1000만원)를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초 여권은 해당 의혹을 ‘가짜뉴스’라면서 변경된 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 처가가 땅 투기한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돼 처가가 부당 이득을 취득하게 됐다”는 취지로 유튜브에서 주장하면서 노선 변경 이슈는 더욱 확산됐다. 국민의힘은 6일 이 전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원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발표 직전까지도 여권에선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국회 국토교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민주당은 대안 노선 사업비가 (원안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하고 교통정체 해소에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확인 결과 종점부 연장에 따른 사업비 증가액은 총사업비의 0.8%인 140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도 대안 노선의 종점부가 나들목(IC)이 아닌 분기점(JC)이라 지가 상승 영향에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가상승을 주려 했다면 (근처) 어딘가에 IC가 있었어야 한다. 특혜를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말했다. 백 차관은 또 “예타 후에도 여러 타당성 조사가 있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안이 생기면 조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거듭된 해명에도 노선 변경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고속도로 백지화로 의혹 원천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사업 철회로 인한 주민 피해는 어떻게 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주민 피해를 염려하는 집단은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책 사업이 장난이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국의 장관이 감정 통제를 못 하고 감정적으로 결정한 것은 옳지 않다”며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되는데, 화난다고 수년간 논의한 수조원짜리 국책사업을 안 하겠다고 어린아이처럼 이래선 안 된다”고 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전면 백지화는 직권 남용이고 이 사업을 갈망해온 양평군민ㆍ경기도민ㆍ서울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박용진 의원도 “야당 공격하려고 국가 정책사업을 백지화해버리는 몽니야말로 가당찮은 정치적 오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강득구 단장과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민주당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었는데, 이날 TF와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강상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민주당은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김의겸 의원),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조오섭 의원)고 주장했다.

당초 2031년 완공 목표였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개통되면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 30분∼2시간 남짓 걸리던 차량 이동시간이 15분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군수는 이날 “군수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국토부는 사업의 전면 중단을 철회해 달라”는 촉구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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