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아파트 부실공사…재발 방지책은
정부와 국회, 법과 제도 정비해
전문가들, 건설사 자발적 조치 더 중요
연이은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GS건설은 주차장 붕괴 사태를 겪은 인천 검단 아파트 17동, 1666가구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제도권은 법과 정책을 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제도적 정비보다는 건설사의 원칙시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GS건설의 붕괴사고는 설계와 시공 그리고 감리에 있어서 총체적 부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라고 말하는 불법하도급도 문제다. 불법하도급은 부실시공과 건설안전사고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붕괴사고 원인으로 불법하도급을 지목했지만 수십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하도급을 주는 업체는 공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규모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일감을 쉽게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아파트 부실시공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크다. 관련 제도와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규제를 강화하고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부는 2020년부터 실시하던 ‘건설기술진흥법’상의 벌점제도를 강화했다. 지난 3월부터 부실공사 벌점을 합산방식으로 집계를 시작했다. 합산벌점은 최근 2년간 반기별 평균벌점을 총점을 2로 나눈 값이다. 아파트 건설에서 벌점이 3이상 5미만일 때, 지상층 기준 전체 동 1/3 이상 층의 골조공사가 끝나야 분양을 할 수 있는 등 규제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7곳이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벌점 0.75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SK에코플랜트(0.66점), 롯데건설(0.65점), HDC현대산업개발(0.50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 건설업계의 책임과 처벌 강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업체가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 사망사고를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10년 이내 건설업 등록을 막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설사의 고의과실로 인해 공중에 중대한 위험을 만든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등록 말소 이후 5년 내에 건설업 등록도 할 수 없다. 다만, 이것이 임의적 사유이기에 민형배 의원은 개정안에 등록말소를 의무화하고 재등록 요건도 강화했다.
건설사 면책규정, 현실성 부족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건설사가 고의과실로 부실 시공행위를 인지한 후에도(5년 이내) 다시 위반할 경우 일정기간 등록을 제한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정재 의원의 법안과 민형배 의원안의 차이는 면책규정의 유무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 건설사가 고의과실로 부실시공한 경우에도 업무에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 등록말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고의과실 없이도 복합적인 문제로 부실시공은 발생할 수 있다”며 “개인일탈 등을 관리‧감독하는 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면책 범위 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등록말소는 사안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재범위험성이나 부실시공 경중 없이 단순히 2회 이상 위반으로 필수적 등록말소는 위헌소지가 있다”며 “사망사고 발생 경우로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제도나 규정이 없어서 부실시공을 한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재발방지대책은 설계도면에 충실하게 시공하고 시공계획도 더욱 철저히 세우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도나 법안 정비보다는 건설업계의 자발적인 조치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GS건설이나 HDC 현대산업개발 단순히 보수보강이 아닌 전면철거 후 재시공 결정한 것은 업계에 바람직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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