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 새총 쏴 30세대 유리창 깬 40대 집행유예

징역 1년 4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재판부 "피해액 변제·초범인 점 감안"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30세대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파손한 4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4단독 오승희 판사는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기 부천시에 있는 4개 아파트 단지에서 지름 7㎜짜리 쇠구슬을 쏴 이웃집 등 30세대의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 세대는 모두 20층 이상의 고층으로, 이 중 20곳은 A씨가 사는 아파트와 같은 단지인 이웃집이었다. 그는 아파트 옥상과 인근 상가 건물 옥상 등에서 쇠구슬을 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픽사베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한적한 곳에 깡통을 세워놓고 쇠구슬을 쐈는데 이후 싫증이 느껴져 아파트 고층에 쇠구슬을 발사했다"며 " 범행에 사용한 새총은 무서워서 버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아파트 유리창 30여곳을 겨냥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쐈다"며 "이는 자칫 중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액을 변제하거나 법원에 공탁금을 낸 점, 또 피해자 대부분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피고인도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인천에서도 60대 남성 B씨가 고층 아파트에서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이웃집 3곳의 유리창을 깨트렸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B씨는 지난 3월1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31층 자택에서 철제 새총으로 옆 동인 이웃집 3곳을 향해 지름 8㎜ 크기의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잇달아 파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 세대는 모두 20층 이상의 고층이었으며, 29층인 한 집의 경우 두께 3㎜ 유리 2장 중 바깥 유리에 3㎝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또 B씨 집에서는 무더기로 쌓인 새총과 쇠구슬뿐 아니라 표적지와 표적 매트를 놓고 연습을 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쇠구슬이 실제로 어디까지 날아갈지 궁금해서 호기심에 쐈다"며 "조준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1심에서 B씨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되자 B씨와 인천지검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검찰 측은 "B씨는 불특정 이웃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 모방 범죄를 차단할 필요가 있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 때 B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