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에코프로, 장중 98만원…16년만에 황제의 대관식 코앞
코스닥 시장의 ‘황제주(주가 100만원 넘는 대형주)’ 등장이 코앞에 다가왔다. 황제의 대관식을 목전에 둔 종목은 바로 에코프로다. 6일 장중 98만원을 넘어서며 100만원을 향해 숨 가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0.21% 하락한 9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락세로 장을 마쳤지만, 장중에는 98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뿐이 아니다. 이달 들어 단 4거래일 동안 24.8% 폭등했다. 연초(11만원)와 비교한 상승률만 755.5%에 이른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에코프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나타난 ‘황제주’다. 코스닥 시장의 마지막 황제주는 동일철강이다. 2007년 9월 7일(종가 기준) 동일철강 주가는 110만2800원으로 100만원을 뚫었다. 당시 LG그룹 대주주 일가 3세인 구본호씨가 해당 지분(34.44%)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는 소식에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일철강에 앞서 정보기술(IT) 붐이 일었던 2000년 당시 기술주였던 핸디소프트(1999년 상장 기업)와 리타워텍, 신안화섬이 잇따라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의 반열에 올랐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에서도 2015년 중국 관련주로 LG생활건강이, 2021년엔 바이오 열풍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단숨에 100만원을 넘어섰다”면서 “(돌아보면) 황제주는 그 시대에 성장이 폭발하는 산업을 상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에코프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는 테슬라 판매량 급증 영향이 컸다.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의 2분기 전기차 인도 대수는 46만6000대로 1년 전보다 83% 급증했다.
전기차가 잘 팔린다는 소식에 2차전지 관련주는 일제히 날아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이달 들어 4거래일 동안 5%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테슬라 훈풍에 이른바 ‘쇼트(숏) 스퀴즈’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 쇼트 스퀴즈는 에코프로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베팅(공매도)했다가 주가가 치솟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쇼트 커버링) 상황을 의미한다.
쇼트 커버링 물량이 몰리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가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다는 점도 최근의 상승세를 쇼트 커버링 물량에 따른 것으로 추측하는 요인이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지난 3일 기준 1조2562억원(거래소 자료)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해외 헤지펀드들이 에코프로 숏(주가 하락)에 베팅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사실 쇼트커버링 물량이 아니고선 단숨에 90만원까지 치솟은 에코프로의 과열을 해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제주에 바짝 다가선 에코프로의 ‘몸값(기업가치)’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상당수 전문가가 전망하는 이유다. 최근 2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하자 구체적인 전망을 피하고 있다.
‘에코프로 과열론’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대한 회사, 그러나 나쁜 주식’이란 보고서에서 “시장은 통상 3~30개월 뒤를 내다보는데 현재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2030년의 수익까지 바라보는 수준”이라며 매도 의견을 냈다. 한마디로 7년 후의 가치를 현재로 끌어와 주가에 반영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게 이유다.
에코프로 핵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는 2분기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도 나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서 2분기 판매 가격이 하락했고, 전동공구 수요 회복도 더디다”며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92억원으로 시장 전망보다 10%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운용사 대표는 “현재 에코프로 주가는 투자자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돼 매출 등 논리적인 잣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공매도 세력까지 몰리면서 한동안 주가 변동 폭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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