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시장 양극화 심화…“금리 내려야 본격 반등”
강북 ‘노도강’은 정체 여전
고금리·경기둔화로 거래 활성화 한계
장기 안정화 위해 지속적 주택공급 필요
지난해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침체됐던 부동산시장은 올해 초 1·3 대책 등 정부의 대규모 규제 완화로 다소 반등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또 하반기 역전세난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4일 한시적으로 전세반환대출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하반기 경제 상황이 여전히 녹록치 않은 만큼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 상승장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조직적인 전세 사기가 집값이 떨어지자 실체를 드러냈고, 그 여진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중앙일보 부동산 정책 포럼’은 최근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부동산 시장 전망과 주거 복지’를 주제로 열렸다. 정부·학계·재계 관계자 및 일반인 등 1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매웠다.
포럼에 참석한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정부는 주택시장의 지나친 위축을 초래한 대출·세제·청약 등우 과도한 규제를 지난 1년 간 정상화해왔다”며 “그 결과 거래 증가, 미분양 감소 등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최근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수방사의 경쟁률이 283대 1을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확인했다”면서 “올해 뉴홈 사전청약을 1만호까지 확대 공급하고, 현 정부 임기 5년 내 공공임대주택 50만호도 차질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기엔 1년 시차 두고 집값 하락”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 회복에 있어 금리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 실장은 “과거 금리와 집값 관계를 살펴보면 금리 인하기에는 집값 상승에 곧바로 영향을 줬고, 금리 상승기에는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집값을 끌어내렸다”며 “현재 장세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강남·송파 등 우량 지역의 우량 아파트는 투자 수요가 유입돼 매매 가격이 우상향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횡보하는 모습으로, 지방과 서울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 위주로 주요 지역 매물이 소진되고 있으나 타 지역까지 추격 매수세가 안 붙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는 현재 4%대인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부담스럽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향방에 대해선 최근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고,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더 이상 크게 오르지 않을 거란 시장 기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을 좀 더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완화책에 따라 부동산 심리가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와 가격 수준 ,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거래 활성화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당장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이 전국적으로 연간 4.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세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6.0% 하락했는데, 정부의 한시적 대출 완화로 역전세 리스크가 경감돼 연간으론 8.0% 수준의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 을 주제로 진행됐다. 좌장을 맡은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대학원 주임교수는 “최근 금리 상승 속도가 줄면서 집값 하락 폭이 줄고, 상승 전환한 지역이 나오고 있다”고 집값 바닥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김선주 경기대 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집값이 저점을 통과하고, 바닥을 쳤다고 보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많다"며 "낙관적인 요인보다 불안 요소가 더 많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회복심리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고, 경제 기초체력 역시 좋지 않다”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L자형'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의 반등 전환 시기를 놓고 함 랩장은 “평균 수준의 거래량이 뒷받침돼야 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며 “내년 초 정도 기준금리가 하락하는 시점에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국 주택 미분양이 7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주택 착공, 인·허가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주택 착공 물량은 7만767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9019가구보다 47.9% 감소했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고금리에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모두 오르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담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교수도 “현재 인허가, 착공 물량이 반토막 난 것은 향후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때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교수는 “최근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향후 입주 물량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측면도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시그널을 계속해서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김원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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