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결혼에 도움" vs "부 대물림"
정부가 자녀 혼인 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예비부부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신혼집’ 마련 걱정을 한숨 덜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선 ‘부의 대물림’ 창구로만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이번 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출산 대응 노력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현행법상으론 부모ㆍ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성인 자녀ㆍ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자녀 1인당 5000만원(10년 기준)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결혼자금으로 1억원을 받았을 경우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10%의 증여세율이 붙어 485만원을 내야 한다. 기재부는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결혼자금에 한해 이 공제한도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1억원 이상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물가·소득 수준 반영…결혼·출산 유인책”
두 번째는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신혼부부의 비용 부담을 줄여 결혼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연간 출생아가 25만명 수준까지 줄어드는 등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부모 세대에게 집중된 부(富)를 자녀 세대로 내려보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결혼할 자녀를 둔 부모세대의 나이는 50~60대로 소비지출 성향이 낮다. 지금처럼 고령화가 심화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자산 잠김’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이라는 큰 그림에서 투자 및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게끔 세대간 부의 이전에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부부 “차용증 안써도 돼 다행” vs “상대적 박탈감 커져’”
실제 그동안 예비부부들이 결혼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증여세를 피해 부모에게 5000만원 이상 지원받는 방법’ 등이 알음알음 공유됐다. 지난 2일에는 ‘증여세가 장난이 아니던데 다들 어떤 루트로 5000만원 이상 지원을 받나요’라는 글이 올라오자 한 네티즌이 “부모님 통장에서 바로 계약하는 업체에 돈을 지불한다”는 답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금수저 집안의 ‘부의 대물림’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씁쓸한 반응이 만만찮다.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간신히 서울 목동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빌라를 마련했다는 박모(30)씨는 “상대적 박탈감이 많이 드는 결혼 시장에서 증여세 공제한도까지 늘려주면 결국 있는 집 자식들만 더 유리해지는 게 아니냐”며 “부의 세습을 국가에서 더 용인해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신혼부부 대출 기준을 완화해주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현실화 작업을 하는 일환이라고 평가한다”며 "저출산 대응 효과가 강하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유인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부의 대물림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에 쏠린 부를 젊은 자녀들 쪽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해줄 필요는 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공제 한도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부모에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 대해선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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