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안심하라"면서…디테일 묻자, 행안부 대답 못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회원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 안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위기설이 번지자 급히 마련한 브리핑 자리에서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이었는데,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책임이 행안부에 있는 만큼 한 차관이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다. 한 차관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해 새마을금고 예수금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위험 요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각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 차관은 주춤했다. 예컨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을 빼간 고객이 재예치 할 경우 혜택을 줄 건지에 대해 한 차관은 “너무 세부적인 사항”이라며 “기획재정부에서 답하겠다”고 공을 넘겼다. 관련 질문이 다시 나왔는데, 한 차관은 재차 “담당 부처에서 답할 것”이라고 했다. 새마을금고 감독 주무부처 차관으로서의 전문성은 보이지 않았다.
금융과 사실상 무관한 조직인 행안부가 새마을금고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새마을금고 위기설 진화에 나선 행안부의 대응은 고개를 여러 번 갸웃하게 한다.
위기설의 근원이 된 새마을금고 연체율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행안부는 지난 4일 연체율 감축 대책을 발표하며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지난달 15일 6.49%에서 같은 달 29일 6.1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체율이 그나마 다소 낮아지고 있다는 취지다. 이날 행안부는 지난달 15일 기록한 연체율 6.49%가 ‘역대 최고’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연체율이 최근 중 높은 수치는 맞지만 사상 최고치는 아니다”라며 “외환위기 등과 같은 비상시기에 연체율이 더 높은 경우가 있었는데 (지난 4일 발표 당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올해 6월 15일에 새마을금고는 외환위기에도 없었던 역대 최고 연체율을 기록했다’라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다. 위기를 더 부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를 일부 업무 실수 혹은 미숙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행안부는 금융 업무를 감독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올해 행안부의 업무보고 자료에 ‘새마을금고’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행안부 업무 순위에서 새마을금고는 끝에 처져 있다는 얘기다. 과 단위(지역금융지원과)에서 다루고 담당 직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284조원인 새마을금고 감독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를 들여다보려면 행안부의 지원 요청이 있어야 한다.
자연히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 같은 현 금융당국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감독을 맡길 경우 관계형 금융이라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10년 동안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규제는 금융당국의 규제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고, 긴밀한 공조도 이뤄지고 있어 감독 체계 변화 관련 논의는 적절치 않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작은 금융회사의 위기도 금세 전체 금융권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더구나 새마을금고의 덩치는 시중은행에 필적할 정도로 커졌다. 현 감독 체계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커진 자산 규모에 걸맞게 새마을금고에 대해서도 더욱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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