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호송차 구조까지 그렸다…A4 27장 분량 탈옥계획

호송차서 본인 자리는 '구출자'로 표기
CCTV 유무, 흡연장 등 구체적 묘사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감돼있는 구치소 탈주를 위해 A4용지 27장 분량의 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획서에는 법원, 검찰청뿐만 아니라 호송차의 구조를 묘사한 그림도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일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구치소 탈주를 위해) 자기가 다녔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호송통로를 기억해 약도를 그려놨다"며 "출정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식사시간이 언제고, 그 시간엔 교도관이 몇 명이 빠지는지 등도 메모해놨다"고 밝혔다. 이어 "본 것을 복기한 후 방에서 메모한 것 같다"며 "굉장히 치밀하게 계획을 짰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친누나 김모씨(50)와 함께 검찰 출정 등 서울남부구치소 밖을 나설 때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6월 중순께 인지했다. 친누나 김씨는 이날 오전 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영장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예정이다.

연필로 그린 것으로 보이는 김 전 회장의 '탈옥 계획'에는 아주 세세한 사안까지 명기돼있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의 층수마다 조감도를 그렸으며, 차량 이동 방향, 건물 출입문의 야간 사용 여부, CCTV 유무, 흡연장 등을 기록해놨다. 호송차의 조감도에는 직원들의 좌석 배치까지 묘사해놨다. 김 전 회장은 호송차에서의 자신의 좌석에 '구출자'라고 명기해놓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너무 상세하게 적혀 있어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탈옥 계획은 김 전 회장과 같은 구치소 수감자의 친척 A씨에 의해 발각됐다. 김 전 회장은 수감자에게 탈옥 성공의 보답으로 2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구치소 밖에 있는 누나 김씨는 A씨를 만나 착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자신의 탈옥계획을 도울 사람을 포섭하기 위해 이 같은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은 누나 김씨가 A씨에게 건넨 1000만원의 출처와 수감자의 메모가 밖으로 어떻게 유출됐는지, 김 전 회장이 약속한 20억원의 진위여부, 추가 조력자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1000만원이 '문제없는' 개인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