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커브에 또 커브…고집 꺾은 '홀드왕'

배중현 2023. 7. 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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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정우영이 8회 선발 플럿코에 이어 등판 역투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6.01.


'홀드왕'이 고집을 꺾었다.

사이드암스로 정우영(24·LG 트윈스)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 4회 마운드를 밟아 1이닝 무실점했다. 인상적인 건 '과정'이었다. 2사 후 신범수 타석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정우영은 볼카운트가 3볼-1스트라이크로 몰린 뒤 연거푸 2개의 커브를 던져 1루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염경엽 LG 감독이 주목한 정우영의 '작은 변화'였다.

지난해 KBO리그 홀드왕에 오른 정우영의 주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투심)이다. 시속 150㎞를 훌쩍 넘기는 고속 투심을 앞세워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의존도였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 시즌 정우영의 투심은 전체 투구 대비 91.9%였다. 투심을 제외하면 슬라이더(7.8%)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10%가 채 되지 않았다. 볼카운트가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 대부분의 결정구가 투심. 사실상 '원 피치'에 가까운 유형이었다. 

지난겨울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다양한 구종을 장착해야 정우영의 롱런이 가능하다고 판단, 선수에게 레퍼토리 다양화를 조언했다. 올해 6월까지 정우영의 투심 비율은 80%대를 유지했다.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투심 의존도가 높았다. 그런데 7월 첫 두 번의 등판에서 투심 비율이 54.3%까지 내려갔다. 대신 커브 비율을 22.9%까지 올렸다. 메인 구종은 여전히 투심이지만 투구 레퍼토리를 확장하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실험에 가까웠던 2경기 등판 결과는 2과 3분의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정우영은 "감독님이 항상 '생각의 문제'라고 하셨다. 생각을 바꾸면 순탄하게 풀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2경기도 예년의 생각이었으면 상황을 계속 어렵게 끌고 갔을 텐데 편하게 생각하고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반겼다. 도루 허용이 많은 정우영은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을 간결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여기에 변화구를 최대한 많이 섞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정우영이 5회 등판하자마자 목걸이가 떨어져 볼보이에게 전달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16.


염경엽 감독은 "중간이든 선발이든 결정구가 없으면 투구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영이도 (이닝을) 막긴 막아도 결정구가 없으니 (좋지 않을 때는) 평균 투구 수가 20개를 넘어간다. 커브를 쓰고 나서 최근 2경기에선 줄었다"고 반색했다. 이어 "지난해 투심으로 잘했지만 이제 상대가 그걸 다 안다. 투심이 낮게 오면 괜찮은데 높게 오니까 피안타율이 올라가고 그러면 평균자책점도 올라간다. 당연히 블론 세이브가 많아진다"며 "투수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변화구와 결정구가 있어야 한다. 우영이는 해외 진출 욕심이 있는데 한 가지(투심)만 똑같이 하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정우영은 "내 고집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많이 던져보라고 하셨다. 변화구 던져서 안타 맞아도 되고 볼넷 줘도 괜찮다. 신경 쓰지 말고 변화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자고 하시더라"며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해 봐야 할 거 같다"며 웃었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정우영은 "크게 문제없을 거 같다. 지금처럼 하다 보면 성적도 조금 좋아질 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구속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구속보다 커맨드가 중요해 감독님 말씀대로 변화구를 익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우영의 마인드를 바꾼 염경엽 감독은 "내 인생이 아니라서 강요는 못 한다. 감독이나 코치는 더 잘할 방법을 제시하는 거"라고 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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