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광우병 괴담 vs 日·IAEA 짜고 친다"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나" 불안
"위험론은 제2의 광우병 괴담" vs "IAEA 객관적 검증 못해".
국내 전문가들이 6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으로 충돌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토론회를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며 일부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년간 우리나라 앞바다의 방사능 농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서 "일본이 방류를 하더라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전세계적으로 연간 200g정도의 삼중수소가 비로 내리는데, 후쿠시마 삼중수소의 연간 방류 총량이 2.2g 정도"라며 "방류할 때 리터당 1500Bq의 수준인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강물이 방류된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자란 생선을 섭취하더라도 일회성이라면 큰 문제가 없으며, 오염수가 기준치를 충족시킨다면 수산물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앞바다는 우리나라와 다르다"면서 '기우'라고 일축했다. 또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마셔서 입증하라"는 일부의 요구에 대해선 "모자 관계가 의심되면 아들에게 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게 해서 검증할 것이 아니라 DNA 검사를 하면 된다"며 비과학적 질문이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사회적으로 극심한 공포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손해를 끼친다"면서 "소금 사재기가 벌어지고 생선이 안 팔리기 시작하는데, 그런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나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오염수가 2년 후 제주도 근방 지점에 도달하는데 삼중수소의 농도가 0.001Bq/㎥ 수준에 불과해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등 국외 시뮬레이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생태계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추가적으로 연구를 해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도 토론자로 나서 삼중수소는 방사선 배출량이 작고 땀, 소변으로 배출돼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다며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기결합 삼중수소에 대해 환경 단체 등이 위험성을 주장하는데 1% 정도만 유기결합됐다가 40일 정도면 다 빠져나간다"면서 "미국과 소련이 핵실험을 했던 1960년대 삼중수소 피폭량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때도 인체에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어 "낙인 효과로 인해 어민, 수산업, 요식업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면서 "해산물 기피 현상으로 암 발생이 증가한다. 붉은색 육류는 미국 로비로 발암물질 2군에 속하지만 암 발생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방사선에 대한 근거 없는 위험론은) 공포마케팅이며 가스라이팅인데 냉전시대 정치인에게서 유래해 미디어 등을 통해 퍼졌고 환경단체가 자금 모금을 위해 손쉬운 수단이 됐다"면서 "고질라같은 괴물이 실제 현실에서 나온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성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암병원장은 6~7만Bq이 넘는 방사선 치료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자연적으로 방사능 방출량이 높은 이란,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암 발생률이 높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염수로 인한 삼중수소 피폭량이 굉장히 적은 양인데 암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본의 오염수 배출을 지지하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적 분석이 외면당하고 감성적ㆍ정치적 논리만 난무한다"면서 제2의 광우병 괴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학교의 한 명예교수가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도 무시한 페이크 사이언스를 가지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괴담을 엉터리 과학 논리로 포장해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오염수로 인한 방사성 물질 도달 수준은) 화학적으로는 측정 한계 이하라서 과학적으로는 오지만 상식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 전문가들의 모임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IAEA가 전날 공개한 오염수 방류 관련 최종 보고서에 대해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환경영향평가 국제안전기준이 아닌, 일본의 도쿄전력에서 정한 농도 규칙을 적용했다"며 "중대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의 해양방류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30년간 통제된 방류를 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하지만 보고서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도 "시설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부지 평가부터 설치, 작동, 수명이 다한 원자로 처분 등의 단계 전체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번 평가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빼놓은 채 원자로 운전 단계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도 "구체적으로 알프스와 처리수가 안전한지, 오염수에 핵종이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없다"면서 "생태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대신 기계론적인 시각으로 쓰여졌다"고 꼬집었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4개 환경단체는 이날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에 대해 반대했다. 이들은 "일본과 IAEA가 앞장서서 태평양을 오염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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