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자기 전, 스마트폰을 놓기 어려울까 [별별심리]

이슬비 기자 2023. 7. 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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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충족되지 않는 심리적 불만족이 자기 전 스마트폰을 찾게되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루를 마무리하기 직전,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들면 좋으련만 십중팔구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곤 한다. 잠시 봤다가 제자리 두고 잠에 들면 다행이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든 사람 중 대다수는 아무 생각 없이 SNS, 웹툰 등을 보며 1~2시간을 훌쩍 보낸다. 일부는 '이제 정말 자야 하는데'라는 생각하면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도대체 왜 우리는 유독 자기 직전 스마트폰을 찾게 되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려 자기 전 스마트폰 봐
일상생활에서 충족되지 않는 심리적 불만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수면 시간을 늦추는 행동은 심리학에서 '취침시간 지연행동(Bedtime procrastination)'이라는 특정 단어로 지칭할 만큼 꽤 보편적인 행동이다.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심리적 기제를 분석하기 위해 최근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팀이 20대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취침시간과 지연행동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31.3%)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26.5%)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18.1%)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서수연 교수는 "심리학에서는 특정 문제 행동이 나쁜지 아는데도 끊지 못하고 할 때는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고 해석한다"며 "바쁜 일상 시간에 충분히 고민하거나 곱씹을 수 없었던 일들을 몸이 더 이상 바쁘지 않아 머리가 바빠질 수 있는 시간대인 자기 직전에 떠올리게 되는데, 그때 가장 적은 노력으로 부정적 감정은 회피하고 긍정적 감정은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확인된 부정적 감정 회피, 업무 중 잃은 자아 통제감 회복, 소속감 확인 등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며 강력한 욕구라 끊어내기 어려워 습관화되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신·신체적 건강에 악영향 끼쳐
문제는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면서 일상생활 중 느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게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극히 심하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을 습관적으로 회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직시하고 해결하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슬픔,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감정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며, “이는 신경증, 불안증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보는 게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보상심리를 충족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잠시간 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거의 매일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면 강박적인 반복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서은 교수는 "웹툰, SNS 등 단순 흥미 유발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장시간 보게 되면, 쉬고 싶을 때마다 스마트폰을 찾게되는 심리적 의존을 유발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중뇌피질변연계 도파민 경로를 활성화해 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명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은 흥분 작용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알코올, 게임 중독 등도 도파민 경로로 유발된다.

스마트폰으로 수면 시간이 지연돼 취침시간이 부족해지는 것도 건강에 치명적이다. 만성 수면 부족이 유발되는 것은 물론 식욕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생리 불순,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우울·불안증,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등의 발병 위험도 올라간다.

◇낮엔 결핍 심리 요인 해결하고, 밤엔 명상 등 각성 완화 활동해야
결국 자기 전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으려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서수연 교수팀이 앞선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심리상담 프로그램(BED-PRO)을 이용해 심리적 요인을 개선하자, 취침시간 지연행동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참가자들은 평균 약 72분 늦게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심리상담 후 상담을 받지 않은 집단보다 취침시간 지연행동이 평균 46분 감소했다. 서수연 교수는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개선하고 싶다면 본인에게 필요한 심리적 결핍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낮에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외로움으로 자기 전에 SNS를 하게 된다면 낮에 의도적으로 사람을 더 많이 만나거나 연락을 취해보는 식이다"고 말했다. 심리적 욕구 해소는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욕구를 낮에 해결하려는 노력과 함께 자기 전에는 스마트폰 말고 각성을 잠재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서은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려고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오히려 정신이 각성하면서 수면지연이 더 심해지기 마련"이라며 "자기 전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를 땐 명상을 하거나, 호흡에 집중하거나, 근육에 힘을 줬다 풀어보거나, 스트레칭하는 등 각성을 완화할 수 있는 활동으로 걱정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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