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진주'라는 에스토니아, 한국 역사와 닮은 꼴
[오문수 기자]
▲ 중세시대와 같은 모습을 간직한 탈린의 아름다운 도시 모습, 페리를 타고 두 시간만 가면 핀란드 수도 헬싱키가 나온다. |
ⓒ 오문수 |
일행과 함께 북유럽 여행(6.22~7.3)을 떠나 발트 3국을 방문했다. 유럽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발트 3국'이란 발트해 남동쪽에 있는 세 나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일컫는다. 서쪽으로는 폴란드,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국가들이다.
발트 3국에 속한 세 나라는,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수많은 침략과 지배를 당한 아픔을 간직한 나라들이다. 이들 세 나라가 러시아의 지배를 당하게 된 것은 1939년 8월 23일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에 맺은 비밀 협정인 독소불가침조약 때문이었다.
2차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이 비밀 협정 속에는 소련이 발트 3국을 차지하고 독일은 폴란드를 차지하기로 되어있었다. 러시아 지배하에 있던 세 나라 국민은 비밀협약 50주년이 되는 1989년 8월 23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이르는 600㎞를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평화와 독립의 노래를 불렀다. 이른바 '발트의 길'이다.
세 나라는 '발트의 길'을 통해 1991년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와 독립을 얻어냈다. 그런데 또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어 '불안한 평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세 나라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인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성당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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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구시가지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하는 시민들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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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인지 유럽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 스웨덴 왕궁을 관람할 때 한국인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4대나 주차하고 있었던 것을 보았는데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우리 일행 뿐이다.
현지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2019년엔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숫자가 10만 명에 달했는데 코로나와 전쟁 여파 때문인지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심지어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시가지를 구경하기 위해 많이 찾아오던 남유럽인들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 '비루문' 주위에는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 널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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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구시가지인 올드타운은 13~15세기 한자 동맹 당시의 모습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고딕 첨탑과 자갈길, 매혹적인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네프스키 교회, 톰페아 언덕 증 주요 문화재들이 위치해 있다.
▲ 에스토니아를 지배하기 위해 주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됐던 톰페아성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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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시청사 모습.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청사로 1320년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1402년 2년간 진행된 재건 과정에서 후기 고딕 양식으로 완성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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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의 저지대인 '비루문' 인근에는 수많은 갤러리, 수공예 가게, 카페 및 엔터테인먼트 장소가 있다. 향신료를 파는 가게와 스웨터를 파는 가게도 있다.
IT강국 에스토니아, 이유가 있다
▲ 올드타운 성벽위에서 시가지를 구경하는 연인들의 모습에서는 전쟁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웃음기 없는 시민들의 얼굴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엿볼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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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권과 버스표 역시 주민등록증이나 스마트폰으로 구입한다.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 '핫메일'과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 '스카이프' 등은 에스토니아인들이 만들었다.
▲ 탈린 시가지에서 벗어난 호텔 복도에 그려진 그림으로 어머니가 아이를 안은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어 암울했던 에스토니아의 역사를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연상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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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린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한 호텔에서 1박을 하면서 본 복도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과거 에스토니아의 암울했던 시절을 연상케 했다. 엄마가 아이를 감싸 안은 채 불안해하는 한 아이의 얼굴이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작품을 연상케 했다.
주변 4강에 둘러싸여 힘든 시절을 겪었던 대한민국의 운명을 생각하며, 또 에스토니아가 더 이상 외세에 휘둘리지 않기를 빌며. 다음 여행지인 라트비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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