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미납해도, 전기 안 끊긴다" 속도내는 방통위

김기정, 나상현 2023. 7.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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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뉴스1

“TV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전기료 미납이 아닙니다. 단전 등 불이익 조치도 없습니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7월 중순 이후 각 가정에서 받아보는 전기요금 고지서엔 당분간 위와 같은 취지의 안내 문구가 담긴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영방송(KBSㆍE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하는 방안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오는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즉시 시행된다. 다만 수신료를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완전히 분리해 발송하는 데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적 준비가 완료될 때까진 고지서에 안내 문구를 넣겠다는 게 방통위와 한전 측의 설명이다.


"KBS 강제집행, 방통위 승인받아야"


7월 4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촉구하며 놓인 근조 화환의 모습. 뉴스1
수신료 분리징수가 ‘수신료 납부 의무 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법에 따라 집에 TV가 있다면 KBS 시청 여부와 무관하게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반대로 TV가 없다면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 방통위는 “국민께 불편을 드린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돌려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와 정치권 등에선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현재 연 6900억 원대의 수신료가 1000억 원대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5000억 원대의 수신료 결손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KBS가 미납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서기엔 걸림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방통위는 “강제 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KBS가 자체 판단하여 결정하고 집행할 문제”라면서도 “KBS가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을 하려면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국민 편익과 권리 신장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세체납의 경우에도 법률비용이 체납액보다 더 높으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안 개정이 ‘졸속 추진’이란 야권의 비판에 대해선 “국민 여론 상 TV 수신료를 전기료나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어가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국민에게 불리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추진 속도를 일부러 늦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4월 13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의 모습. 연합뉴스


다음은 수신료 관련 방통위와의 일문일답.

Q : 한전과 KBS 간 수신료 징수 계약 종료(2024년 12월) 전까진 현행대로 납부하나.
A : 개정안 공포 즉시 현행 ‘통합징수’의 법적 근거는 원천 무효가 된다. 개정안 시행 즉시 분리징수한다.

Q : 완전한 분리징수까진 얼마나 걸리나.
A : KBS-한전 간 분리징수의 방법, 비용 부담을 협의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데 최대 3~4개월까지 걸린다는 분석이 있으나,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 당분간 과도기가 불가피하나 국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

Q : 수신료를 미납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
A : 분리징수가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납하더라도 단전 등과 같은 한전 차원의 강제 조치는 없다.

Q : KBS는 수신료 미납 시 가산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제집행 가능성도 있지 않나.
A : 국세체납의 경우 법률 비용이 체납액보다 더 높으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납 국민에 대해 강제 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KBS가 자체 판단할 문제다. 다만 KBS가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을 하려면 관련법에 따라 방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과 권리 신장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다.

Q : 입법예고 기간 단축 등 졸속 추진 비판이 있다.
A : 시행령 개정으로 KBS 방만 경영의 수혜를 입고 있는 일부 사람들만 불편을 겪는 반면 국민 대다수는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규제 법안으로 볼 수 없다. 수신료는 장기간에 걸쳐 논의됐고 지난 3월부터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한 달간 폭넓게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국민 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TV 수신료를 전기료나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어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국민에게 불리한 방법이 아니기에 추진 속도를 일부러 늦출 이유는 없었다.


KBS "방통위가 위법 유도"


방통위의 이같은 입장에 KBS는 반박 자료를 통해 “방통위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무방하다’며 위법을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KBS는 “수신료의 법적 성격이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은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납부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방통위는 이를 납부하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오인을 일으키고 마치 체납을 유도하는 듯한 표현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령 공포 즉시 통합징수는 무효’라는 주장은 KBS가 한전과의 계약서를 검토한 결과와 상이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정·나상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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