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랩소디]②삼성맨에서 스니커 유튜버로 제2의 인생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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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는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산업이자 스타일의 아이콘이 됐을까.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를 2019년 20억 달러(약 2조 5400억원)에서 2025년 60억 달러(약 7조 6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리셀 문화는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대형 플랫폼의 격전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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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아이템→문화→재태크 수단, 미술 컬렉터와 유사
한국만의 멋, 문화 알리는 것 중요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산업이자 스타일의 아이콘이 됐을까.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는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를 2019년 20억 달러(약 2조 5400억원)에서 2025년 60억 달러(약 7조 6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리셀 문화는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대형 플랫폼의 격전지가 됐다. 패션 아이템에서 문화로, 또 재테크 수단으로 변모한 스니커즈의 변천사를 마니아 관점에서 30여년간 지켜본 스니커즈 리뷰 크리에이터 와디(본명 고영대)는 그 흐름을 미술 컬렉터의 작품수집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작품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것처럼,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으는 컬렉터의 심리도 같은 것 아닐까.” 그는 현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 중인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에 디렉터로 참여해 영국에서 기획된 전시에 한국의 스니커 문화에 맞는 보완점을 더하고 직접 홍보 작업에 나섰다. 다음은 와디와의 일문일답.
▲전시가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페이에 이어 한국에서 개최됐는데, 네 곳의 스니커즈 문화에 특별한 차이가 있나
=영국과 네덜란드는 유럽시장, 대만과 한국은 동아시아 시장으로 분류가 되는데, 각 문화권에서 인기 있는 스니커즈 모델에 차이가 있다. 영국은 조던 같은 하입(Hype) 있는 제품보다는 맥스나 컨버스, 아디다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걸로 알고 있다. 대만과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NBA의 마케팅이 가장 잘 먹혔던 게 동아시아였고, 거기서 파생된 스니커즈의 인기가 두 나라 다 높았다. 지금 한국은 글로벌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준비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문화 소비. 특히 스니커 문화에서 왕성하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차이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니아 입장에서 비약적 발전을 체감하나.
=물론이다. 늘 좋아했던 것을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느낌이다. 운동화 사기는 더 힘들어졌지만 더 좋은 신발들, 더 의미 있는 신발들이 발매되면서 시장이 확장됐다. 주목도 또한 한층 높아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적인 것, 한국의 스타일, 한국의 색을 멋있게 담아내고 공유하는 일이다. 이 문화를 전 세계 스니커 팬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적인 것, 한국의 스타일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한국적인 것이 꼭 전통적인 것이란 뜻은 아니다. 지금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우리 전통적인 것을 보고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한국 현대사회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색깔들을 갖고 플레이하는 것에 열광하는 건데, 이는 동시대를 사는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한국만의 유니크한 뭔가가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일례로 카시나와 나이키가 컬래버레이션을 했을 때 전통적인 한복, 태극기 이런 걸 가져오지 않고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와 한국의 시내버스 콘셉트로 작업을 했다. 사실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이 운동화를 좋아하고, 이 신발이 비싸지고, 인기가 많아지면 ‘한국에 경부고속도로가 있는데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큰 고속도로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문화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니커즈가 스토리와 문화를 담아내는 전광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멋있는 한국적 디자인이 나오게끔 독려해야 한다.
▲스니커즈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스니커테크’ 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는데.
=처음에는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리셀에 사람이 몰려 내가 갖고 싶은 신발을 못사는 것에 굉장히 짜증이 나고 분노했다. 한국은 돈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신발을 사고 리셀해서 돈 불리는 데 혈안이 됐다. 내부적으로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것 자체도 그냥 한국의 문화이고, 한국인들의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스니커콘에 갔다. 엄청 큰 체육관에서 신발을 팔고 서로 거래하는 행사인데 입장료가 6만 원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보다 비싼 거다. 그러면 한국인은 절대 안 산다. 거기 입장하지도 않을 거다. 가봤자 손해니까.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은 판매 부스를 둘러보고 거기서 하나씩 거래한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나 이 신발 여기서 샀고 얘랑 이렇게 거래했다’ 이런 스토리를 더 크게 본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그런 문화가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시도를 했을 때 크게 잘 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도 굉장히 잘 돼 있고. 그렇다고 그게 나쁜 걸까? 한국 소비자가 워낙 똑똑하기 때문에, 잘 따지고 계산해서 사는 거다. 그게 한국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주춤하지만, MZ세대의 스니커테크 문화도 그런 경제 논리에 빠르게 순응한 것뿐이다. 이렇게 시작해서 마니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한테는 돈벌이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나처럼 그냥 좋은 거 사다가 모셔놓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들이 워낙 똑똑하기 때문에 국내 리셀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본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힙합 그룹 멤버로 활동하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터로 근무했고,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며 다양한 활약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일단 도전해보자는 성격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음악도, 회사도, 스니커즈도 진심으로 노력해서 매사에 임했다. 회사생활에 만족했지만,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가 성장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스니커즈에 대한 열정이 정말 컸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바람, 그리고 국내 스니커즈 신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퇴사해 전업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의 스니커즈 문화의 두터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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