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랩소디]①'시대의 아이콘'…왜 스니커즈에 열광하는가
하위문화서 명품까지, 전설이 된 에어조던 시리즈도 화제
9월 10일까지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展
고대 그리스인들은 맨발로 달리는 경주를 즐겼다고 한다. 맨발로 달리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값비싼 고운 모래를 경기장에 깔았던 인류는 근대 들어 거친 땅, 또는 트랙을 달리기 위해 고무로 밑창을 댄 신발을 고안해냈다.
1830년대 리버풀 러버 컴퍼니가 선보인 샌드슈즈 ‘플림솔(Plimsoll)’은 스니커즈 시초가 됐고, 1차 세계대전 후 레저 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무 밑창 신발이 대유행하자 스니커즈는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갔다. 1892년 케즈의 전신인 U.S. 러버 컴퍼니가 고무 밑창 신발의 대량 생산에 나서 시장을 형성했고, 아디다스와 컨버스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1950년대엔 스포츠가 일상화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생활에서 스니커즈를 신기 시작해 1980년대에는 스포츠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과 대형 패션브랜드의 합류로 스니커즈는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흐름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상품에서 기능화를 거쳐 패션과 문화의 아이콘이 된 스니커즈는 이제 한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신발 시장 규모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5.5%를 기록하며 5303억 달러(약 701조586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운동화 시장은 4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신발 시장(약 6조7000억원)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스니커즈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를 둘러싼 문화 전반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약 12억개가 판매되는 스니커즈 문화에 대한 사진, 영상, 카탈로그, 그리고 400여점의 스니커즈 전시가 관객을 찾는다. 스니커즈로 문화를 해석하는 전시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이 31일부터 9월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개최된다.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독립 큐레이터 리가야 살라자르는 “스니커즈를 하나의 디자인 오브제로 해석하는 데서 출발해 스니커즈 각각의 이야기들이 형성한 스트리트 컬처(길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월드투어다. 지난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첫 '스니커즈 언박스드'전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페이를 거쳐 서울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스니커즈를 만든 디자이너, 핵심이 되는 착용자 등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문화 전체를 심도 있게 다룬다.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각종 희귀 스니커즈와 스니커즈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 각종 카탈로그 등 약 700~800여 점의 오브제로 구성됐다. 서울전에서는 이전 순회전과 다르게 한국 스니커즈 컬렉터가 제공한 364점의 컬렉션으로 벽을 이룬 '아워월(Our wall)'이 전시돼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울전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나이키 에어 조던 컬렉션 37개도 화제다. 또한, 출시 당시 신발을 사려는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나이키X제프 스테이플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죤', 스트리트 패션계에서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패션계의 르네상스 맨'으로 불린 오프화이트 창업자 고(故) 버질 아블로가 나이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10개를 다시 만들어내 화제가 됐던 '더 텐(The Ten)' 시리즈도 함께 공개된다.
또한, 뉴욕 브루클린 기반 크리에이터 그룹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 공동제작한 '사탄' 스니커즈도 선보인다. '사탄'은 나이키의 에어맥스97 모델 밑창에 사람의 혈액 한 방울을 넣어 제작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나이키는 미스치프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요르단강에서 끌어온 성수를 넣어 만든 또 다른 한정판 스니커즈 '지저스'를 비롯해 화성 탐사선 에어백에 사용한 섬유로 만든 스니커즈, 기술 도핑 문제로 육상 경기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스니커즈 등도 직접 만날 수 있다.
리가야 살라자르 큐레이터는 "스니커즈의 역사와 함께 스니커즈가 여러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스타일이자 문화의 중추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다양하게 선보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위문화에서 출발해 시대와 세대의 상징이 된 스니커즈의 역사와 문화를 조망하는 전시가 클래식한 전시를 다수 선보여온 세종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일상 필수품인 스니커즈가 예술임을 알려주는 점에서 아주 흥분되는 전시”라며 “많은 관객에게 의미 있는 기회가 되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앞으로도 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대중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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