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옐로카드 받은 증권사 보고서 개선 속도 붙나

이홍석 2023. 7. 6. 15: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 지적 잇따라
당국 강한 질타에 업계 움직임 주목
필요성엔 공감...현실적 어려움 호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DB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매수 일색의 리서치센터 보고서 관행을 질타하고 강력한 개선을 주문하면서 이행 여부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이 많아 당장 개선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보고서 관행 개선을 강력히 주문하면서 증권사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개최된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리서치센터의 보고서의 신뢰 제고를 위해 관행 개선을 요구했다.

함 부원장은 지난 4월 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주가 급락 8개 종목 중 4개만 리서치 보고서가 있었고 이 중 3개는 모두 매수 의견뿐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을 상기시켰다.

또 증권사들이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하고 애널리스트들이 조사분석 자료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 관행이 증권업계의 오래된 개선 과제라면서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문제 인식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관행이라면 법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겠지만 자본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면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증권사의 보고서에 대한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12일 자본시장감독국 주재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고 대형 증권사 5곳, 중견 증권사 3곳, 외국계 증권사 2곳 등 국내외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이 참석했다.

당시 금감원은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매수’ 쏠림의 보고서 관행을 개선해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증권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객관성과 신뢰성 제고도 오랜 과제였던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연이어 리서치센터 보고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하한가 사태 발생으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이슈가 대두되면서 당국의 관행 개선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인 데다 최근에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활용해 부당한 매매 이익을 취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적발되면서 개선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그동안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매수 의견 편향적인 측면이 있었고 매도 의견 보고서가 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인정하면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국내 3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의 매수 의견 비중은 무려 93.7%에 달했고 중립 의견은 6.2%,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가운데)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하지만 이는 국내 자본 시장의 현실과 구조에 의한 것으로 증권사들만의 책임과 문제로 보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매수(롱) 포지션이 매도(숏) 포지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보고서도 수요에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해당 기업의 기업설명회(IR) 참석 배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분석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기업금융(IB) 부문의 고객이어서 법인 영업 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도 의견을 낼 경우,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민원 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까지 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소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게 한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4월 코스닥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빗발치는 민원으로 인해 금감원에 소명까지 해야 했다.

여기에 더해 인위적으로 매수·매도 의견의 비중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리서치센터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본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증권사들에게만 화살을 돌리는 건 다소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며 “개선 조치나 방안이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날 행사에서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 방식 개선 및 독립 리서치 제도화, 보고서 유료화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된 것에 대해서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현실에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상호 소통을 통해 개선 방안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다만 일반투자자 등 사회적 합의 절차도 필요한 만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