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전 연락두절' 러 기자, 괴한들 습격에 구타·삭발 당했다

최서인 2023. 7. 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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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러시아 체첸에서 괴한의 습격을 당했다. 5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밀라시나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의 인권 침해를 취재해 온 러시아 독립언론 기자가 체첸에서 괴한들에게 구타당하고 강제로 머리를 삭발당했다.

4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이날 오전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차로 이동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이들은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취재하러 법원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복면을 쓴 괴한들 12명은 밀라시나와 네모프를 구타했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고 노바야 가제타는 전했다. 괴한들은 이들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고 무릎을 꿇린 뒤 휴대전화를 빼앗았으나, 밀라시나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자 곤봉으로 손가락을 때렸다.

괴한들은 밀라시나가 갖고 있던 서류나 장비를 파손했지만 갖고 있던 현금이나 다른 귀중품에는 손대지 않았다.

이들은 네모프에게 “당신은 너무 많은 사람을 옹호하고 있다. 여기서는 누구도 변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습격으로 밀라시나는 머리와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고 네모브는 칼에 다리를 깊이 찔렸다. 밀라시나는 또 머리를 강제로 밀리고 초록색 염료를 뒤집어쓰는 피해를 당했다.

해당 염료는 소독제로도 쓰이는 물질로, 과거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이 공격받을 때 쓰였던 물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고 타티아나 모스칼코바 인권위원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매우 과감한 조처가 필요한 굉장히 심각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날 밀라시나와 네모프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비판하며, 러시아 정부에 괴한들에 대한 추적을 촉구했다.

지난 4일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와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가 러시아 체첸에서 괴한의 습격을 당했다. 둘은 그로즈니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밀라시나는 수년간 체첸의 인권 문제를 취재·보도해 왔다. 사진 노바야 가제타


밀라시나는 지난 수년간 체첸의 인권 문제를 취재하고 폭로해 왔다. 이에 지난해 2월에는 체첸 지도자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 온 걸로 알려졌다. 2013년 밀라시나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받았다.

특히 밀라시나는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팩트체크 컨퍼런스 ‘글로벌 팩트10’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며 핀란드 탐사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아로 기자가 대신 기조연설을 맡았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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