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모기 숫자만 센다…연간 수천만원 붓는 부산 '스마트 장치'

김민주 2023. 7. 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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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수영동 에코쉼터에 설치된 공공 전기 자전거. 당초 외부 방문객을 위해 마련했지만 주민이 하루 3, 4회 이용하고 있다. [사진 수영구]

부산 수영구가 추진한 스마트 기기 지원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ㆍ시비 등 억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장비가 모기 숫자를 헤아리는 데 사용되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게다가 유지비로 연간 수천만원을 써야 하므로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억 소리’ 스마트 사업, 자전거ㆍ모기 포집기 놨다


6일 수영구에 따르면 구는 2020년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돼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도시재생 사업과 스마트 기술을 결합해 지역 재생 효과를 높이자는 게 취지다. 수영구는 국ㆍ시비 4억2000만원 등 5억6000만원을 투입해 2021년 8월부터 이 사업에 착수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사적공원 일대에 설치된 스마트 방역 장치. 모기를 포집해 숫자를 헤아리는 기능만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인다. [사진 수영구]

사업 대상지인 수영동 일대 도시재생 지역 면적은 13만6000㎡에 달한다. 수영구는 실시설계 등 용역을 거쳐 이곳에 ▷공공 전기 자전거(2억3000만원ㆍ20대) ▷미세먼지 측정ㆍ알림 장치(1억1500만원ㆍ14곳) ▷스마트 둘레네트워크 유동인구 분석 장치(1억200만원ㆍ25곳) ▷스마트 방역 장치(1억원ㆍ4곳) 등을 설치했다. 수영 사적공원 일대에 설치된 ‘스마트 방역 장치’는 모기를 포집해 개체수를 헤아리는 기계다. 다른 기능은 없다.


“이용률 낮고 효과 없다” 내부서도 회의론


수영구의회는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 전기 자전거는 본래 외부 방문객을 위해 마련됐다. 방문객이 자전거를 타고 도시재생 사업지역 일대를 손쉽게 둘러보라는 취지다. 하지만 ‘에코쉼터’라고 불리는 소규모 공원 2곳에 지난해 5월 설치된 이들 공공 전기 자전거는 외부 방문객 이용 실적이 거의 없다. 다만 지역 주민이 하루 3~4회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수영구는 전했다.

미세먼지 측정ㆍ알림 장치는 설치된 곳 미세먼지 농도를 재 ‘좋음’ ‘나쁨’ 등으로 표기해주는 전광판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정보는 이미 포털 앱 등을 통해 예보까지 상세히 제공되고 있어 옥상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 알림 장치. 설치된 곳 미세먼지 농도를 재 '좋음' '나쁨' 등으로 표기해주는 전광판이다. [사진 수영구]

팔도시장 등 주요 거점 25곳 유동인구를 헤아리는 분석 장치와 모기 포집기인 스마트 방역 장치는 ‘데이터 수집’ 목적으로 설치됐다. 유동인구 데이터는 지역 상가 입점에, 모기 개체수는 방역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수영구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장치 역할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수영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유동인구는 물론 연령대와 성별, 소비 성향ㆍ결제수단 등 더 많은 정보가 종합돼야 상가 입점 등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모기 또한 단순히 수영동 특정 구역 개체수를 파악하는 것으로 방역 정책에 활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비 年 수천만원, 없애지도 못해


이들 스마트 설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연간 수천만원이 별도로 드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정부 공모에 당선돼 국비로 마련한 이들 설비를 없앴다간 지원 비용 환수 등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스마트 설비인 만큼 통신 유지와 데이터 축적을 위한 서버 활용이 필요해 관리비가 비싼 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누적되는 유동인구ㆍ모기 숫자 등 데이터를 활용한 방안을 찾고, 공공 자전거는 홍보를 강화해 이용률을 높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설치된 유동인구 분석 장치. [사진 수영구]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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