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 없어도 LP는 사는 시대 [없어서 못사는, LP①]
하나의 '굿즈'로...MZ 세대가 이끄는 LP 열풍
#경기도 성남에 사는 직장인 박모(35)씨는 5년여 전부터 LP 음반을 수집했다. 박 씨는 “처음엔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LP를 사기 시작했다. 괜히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사실 그때는 턴테이블도 없었던 시기”라며 “그러다 우연히 LP바에서 그 ‘지직’거리는 소리의 매력을 알게 됐다. 바로 턴테이블을 샀고, 과거 LP 음반을 찾기 위해 회현 지하상가를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음반부터 최신 음반까지 그가 조금씩 사 모은 LP만 벌써 40여장을 훌쩍 넘겼다.
최근 전 세계 음반 시장의 핫이슈는 ‘LP 열풍’이다. 과거엔 ‘복고’로서 자리했던 이 음반 형태는 현재 앨범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복고적 감성으로 옛 문화를 향유하게 되면서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량은 4100만장으로, CD 판매량(3300만장)을 앞질렀다. LP가 CD보다 많이 팔린 건 1987년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LP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상승해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 매출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LP 매출액은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물리 매체(CD, 카세트, DVD 등) 매출의 71%가 LP였다.
우리나라의 음반 시장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 증가율은 13.8%다. 2020년(116.7%)과 2021년(47.3%)에 이어 3년 연속 상승했다. 1940년대 후반 등장한 LP는 기존 SP 레코드를 압도하는 긴 재생시간과 생생한 음질로 음반 시장을 지배했지만, 1980년대 디지털 레코딩 기술을 바탕으로 한 CD 보급이 확산되면서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다시 LP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의 LP 열풍은 그 시대를 경험했던 이들의 추억소환보다,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 연령별 비율은 10대(0.9%) 20대(16.5%) 30대(19.8%) 40대(35%) 50대(21.2%) 60대 이상(6.6%) 순이었다. 이 중 30대 이하의 MZ세대 비율은 37.2%에 달했다. 정확한 집계량을 공개하지 않아 업체의 판매량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예스24의 지난해 LP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가요·OST 앨범이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최근 미국의 팝 디바 테일러 스위프트와 래퍼 카니예 웨스트 등이 LP 앨범을 발매했고, 국내 뮤지션들도 한정판 성격의 LP 앨범을 속속 발매하고 있다.
조용필, 듀스, 송골매, 나얼 등 기성 가수들은 물론 아이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태연, 아이브 등 최근 인기 가수와 그룹들도 연이어 LP를 한정판 형태로 발매했다. 특히 예스24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백예린의 ‘Every letter I sent you’는 한정 음반 2000장이 발매되자마자 순식간에 동났고 추가 발매한 1만3000장도 완판될 정도였다. 백예린 외에 다른 한정판 LP도 대부분 한정 수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LP가 익숙지 않은 MZ세대들에게 문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한정판 기념품, 굿즈로서 활용되거나, 특별한 소장품 정도로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LP는 검은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춘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입혀 제작하는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10곡 이상 담을 수 있는 지름 12인치짜리 LP판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수록된 곡이 한두 개뿐인 ‘7인치 싱글’도 등장하는 등 곡 수에 상관없이 LP 자체가 하나의 굿즈로 자리 잡았다.
실제 지난 4월 북미 음악상품 판매량 데이터 회사 루미네이트에서 발간한 ‘2023 톱 엔터테인먼트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앞선 12개월 동안 미국서 LP 음반을 구매한 소비자 중 50%는 LP를 재생할 레코드플레이어를 애초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LP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고 아직 국내 LP 시장은 별도로 공식 집계를 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실제로 LP를 듣기 위해 소비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컬렉션으로 꾸미기 위한 용도이거나 굿즈의 형태로 소장하는 식”이라며 “더구나 최근엔 기성 가수는 물론 아이돌 그룹들, 인디 뮤지션들까지 LP를 제작하고 있는 추세고 코로나를 계기로 취미 생활의 하나로 턴테이블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LP음반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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