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양준혁 넘은 손아섭, 팀 그리고 '팀'을 얘기했다
배중현 2023. 7. 6. 13:50
대기록을 수립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베테랑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승리"라고 몸을 낮췄다.
손아섭은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원정 경기에서 대기록을 수립했다. 1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개인통산 2319번째 안타를 기록, 경기 전 공동 2위였던 양준혁(전 삼성 라이온즈)을 밀어내고 이 부문 역대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프로 17년, 1904경기(7230타수) 만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었다.
경기 뒤 손아섭은 "팀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1위 기록도 이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아섭에게 중요한 건 개인의 기록이 아닌 팀의 승리였다.
이날 NC는 0-2로 패했다. 최근 11경기에서 무려 10패(1승)를 당하며 5할 승률(36승 1무 36패)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팀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손아섭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리드오프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아니었다. KBO리그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뒤 반성에 반성을 거듭한 이유다.
손아섭은 2021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로 NC에 둥지를 틀었다.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 NC가 4년, 최대 64억원(계약금 26억원, 총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에 그를 영입하자 프로야구 안팎에선 "오버페이 아닌가"라는 냉정한 평가가 잇따랐다.
정교한 타격이 일품이지만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손아섭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NC에서의 첫 시즌 152안타를 기록했다. 7시즌 연속 150안타로 박용택(전 LG 트윈스·2012~2018)이 보유한 부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팀을 옮겼지만, 꾸준함은 변함이 없었다.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전년 대비 떨어진 타율(0.319→0.277)을 끌어올리려고 겨우내 미국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앞서 몸을 만들면서 시즌을 미리 준비했다. 지난 2월 캠프에서 본지와 만난 손아섭은 "뭔가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9개로 나눴을 때 이전에는 어떤 존에 (공이) 오더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며 "분석해 보니까 스윙 궤적이 안 좋게 변해 공을 칠 수 있는 면(콘택트 존)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에버리지(타율)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자기 개발이 2300개 이상의 안타를 만들어 낸 원동력 중 하나. 구단 관계자는 "팀의 젊은 선수들이 손아섭의 루틴을 보고 많이 배운다. 그라운드에선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 (손아섭이 보여주는) 투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아섭의 통산 타율은 5일 기준 0.321이다. 3000타석 소화 기준 역대 4위. 현역 선수 중에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340) 박건우(NC·0.324)에 이은 3위이다. 거의 매년 15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내년 시즌 박용택의 2504안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건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 손아섭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대기록에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며 "지금은 그 어떤 기록도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승리이고 이 부분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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