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섬 문화 탐방작가 '등대 영해표지' 사진전
산속등대미술관서, 내달 27일까지
"등대는 추억, 섬으로 나래 젓다"
"등대섬은 그동안 익숙했던 세계를 과감하게 떨치고, 어쩌면 서툴러야 만날 미지의 시간이자 살면서 앓는 하나의 계절이다."
섬 문화 탐방작가 국영수 등대 사진전 '등대 내가 부르는 간절한 이름'이 산속등대미술관에서 8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열린다. 전북도 완주군 소양면에 자리한 산속등대미술관은 올해 전북도문화관광재단 민간 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국영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홍보 관련 업무의 직장인으로 근무했다. 27년을 파도와 함께 휩쓸리며 우연한 만남으로 마음을 더한 바다와 등대가 인연을 맺었다. 전국 백색 등대 334기를 찾아 대한민국 영해의 시작점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설치한 영해 표지가 있는 27곳을 완주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해안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담아냈다. 절대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등대급 등표를 구도했다. 노을, 맑은 날씨, 해무 등의 아름다운 배경이 스며든 국영수 작가의 작품 20점을 내보인다.
특히 영해 표지 작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 도서를 바탕으로 남긴 사진이다. 우리나라 영해 가운데 서남해 끝자락 간여암, 최서남단 가거도 소국흘도 영해 표지, 서해 끝 소령도 영해 표지로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한 표지들을 전시회에서 만난다.
원태연 박물관장은 "전시회로 우리가 가볼 수 없는 영해와 오랜 시간 동안 영해 표지와 등대에 쏟아부은 열정을 산속등대미술관에서 색다른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 오프닝 행사로 8일 낮 12시, 율려춤 이귀선, 판소리 신이나, 시 낭송 최영희, 야니 김도연의 멋진 연주가 펼쳐진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월·화는 휴관이다.
◆ 작가에게 등대섬은
"등대는 추억이며, 기억에 박힌 그리운 맛의 유전자다. 나이 들어 잊기는커녕 끝내 섬으로 맘속 나래를 젓는다."
작가는 등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 '비오는 도시 피렌체'·'섬 그리고 뜰'과 함께 우리나라 백색 등대 334개 중 329개를 방문했다. 그런 가운데 많은 등대는 섬에 꼭 필요한 곳과 가장 아름다운 자리라는 공통점을 하나씩 발품을 팔며 돌아봤다.
그동안 등대를 찾아 20년이라는 여행 시간을 파도와 함께 휩쓸려 지나갔다. 우연한 만남에서 마음이 더해져 인연이 된 바다와 등대는 그대로인데, 정작 본인만 어느덧 환갑 나이에 이르렀다고 세월의 빠름을 돌이켰다.
등대섬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섬을 찾아 떠날 여객선을 기다리다 행여 섬에 갇히는 날도 수두룩했다. 그저 거센 바람이 멈추길 기다렸다. 작가에게 등대섬은 시간을 견디는 일임을 알게 했다.
◆ 등대 & 섬 여행이 주는 삶
등대 여행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등대를 향한 호기심과 돌아갈 집으로 그리움이 함께 공존했기에 등대 여행에 푹 빠졌다.
루소는 "걷기는 고독한 것이며, 자유의 경험, 관찰과 몽상의 무궁무진한 원천, 뜻하지 않는 만남과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 가득한 길을 행복하게 즐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를 여행에 새겼다. 이 때문에 등대섬을 찾아다니면서 얼마나 자신이 행복한지를 느꼈다.
이런 행복은 등대섬에서 뜨는 달이 매일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남을 알아가고, 지친 여행에 친절한 동행을 해줬다. 새벽녘 뜬 달은 앞길을 밝혀주고, 늦게 뜨는 달은 고독함을 달래줬다. 도시의 밤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소중한 풍경들을 온 가슴에 품기에 벅찼다.
◆ 등대섬 아름다움을 담아
1년에 두어 번 찾는다는 ‘만재도 등대’. 작가는 아름다움은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만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때로는 등대가 주는 위안이 의외로 크다. 수많은 말보다 바다 한가운데 함께 있음에 위로를 준다. 이렇듯 갇힌 마음을 떠나 새로운 등대와 만난다는 건 작가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또 가을 ‘죽굴도 등대’를 회상한다. 길을 오르는 계단에서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가을 끝자락 소리를 듣는다. 미완성 변주곡처럼 조금 미끄러지면서 나뭇잎 밟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등대 곁을 뒹굴며 가을 햇살을 받아낸 낙엽을 바라본다.
낙엽은 그동안 잊고 지낸 감성을 슬며시 꺼내는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한다. 아마 소소한 느낌은 가슴속에 머무르고, 손으로는 만져지지 않는 옛 추억이다. 이를 가질 수 없음에 그리움은 공복감으로 남는다.
그러면서 작가의 가을 등대섬은 그동안 익숙했던 세계를 과감하게 떨치고, 어쩌면 서툴러야 만날 미지의 시간이자 살면서 앓는 하나의 계절일지도 모른다.
◆ 마음 한편 아쉬움, 한컷 한컷 묻다
작가는 등대섬을 주말마다 찾으면서 그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과 이어주던 마음의 끈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걸 피부로 느꼈다.
주말여행 탓에 이어갈 인연의 시간을 놓치곤 했다. 소식이 끊기고 만남이 부족해 인연의 끈이 잘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시간이 흘러 깊은 향기를 지닌 한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문득 열하일기의 내용을 떠올린다. 일기는 "이별할 때 그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괴로움은 더 커지는 것이다. 물이 있는 곳이 바로 그러한 장소"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등대는 섬을 떠나올 때 바다와 늘 이별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져올 장소임을 알기에 다시 찾는다. 등대는 언제나 괴로움보다 그리움을 켠 마음속 한편의 수채화다.
호남취재본부 김건완 기자 yac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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