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에 더 집중해왔는데…삼성 OLED TV 포지셔닝은?
OLED TV 판매 늘어나면 주력 제품 역전 가능성
OLED 패널 공급 증가 시 삼성·LGD 가격 협상력 ↑전망
LG 패널을 단 삼성 TV 출시로 삼성의 OLED TV 비중 확대가 점쳐지면서 포지셔닝(고객에게 브랜드의 위치를 각인 시키는 작업)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업계는 삼성이 밀고 있는 네오 QLED TV 판매 정책에 당장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향후 판매 여부에 따라 주력 라인업이 OLED TV로 교체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6일 업계는 삼성이 OLED 패널 공급사로 LG디스플레이를 추가한 것을 두고, 삼성 TV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진단한다.
올초부터 제기돼왔던 '삼성-LG 동맹설'은 최근 삼성전자가 7~8월호 카달로그에 83형 OLED 4K TV를 실으며 기정사실화됐다. 83형은 또 다른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지 않는 라인업으로 LG디스플레이 화이트OLED(WOLED) 패널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83형만으로 삼성의 OLED TV 전략이 바뀌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기류 변화는 확실해졌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부터 "OLED TV는 영원히 하지 않겠다"고 하며 노골적으로 거리를 뒀던 데다, 삼성이 OLED TV 경쟁 제품으로 QLED TV를 밀어왔던 만큼 이번 '삼성-LG' 협력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TV 라인업은 크게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OLED, QLED 등으로 나뉜다. 전체 판매에서 QLED(네오 QLED 포함) TV 판매가 압도적이나 QLED가 LCD(액정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OLED 비중 확대가 과제로 꼽혀왔다. LCD TV는 TCL, 하이센스 중국 업체들이 물량공세로 글로벌 점유율을 무섭게 늘리는 상황이다.
QLED는 프리미엄급 LCD 패널를 개선한 제품으로, 이를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 네오(Neo) QLED TV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를 TV 라인업 최상단에 배치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다.
삼성 OLED TV에는 광원으로 청색 빛을 쓰는 QD(퀀텀닷)-OLED 패널을 탑재한 제품이 있지만 QLED TV 보다 한 단계 아래 체급으로 팔리고 있다. 2023년형 TV 가격은 네오 QLED 8K(75형) 1280만원, 네오 QLED 4K(75형) 809만원이다. 반면 삼성 OLED 최상위 모델인 77형이 799만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OLED가 네오 QLED 아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올해 초 OLED TV 재출시를 밝히며 문제로 지적해왔던 번인 현상을 해결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LCD와 견줘 반응속도, 화질, 명암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OLED가 번인 문제까지 해결했음에도 퀀텀닷 기반 LCD TV인 네오 QLED 보다 한 체급 아래에 배치된 것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주요 기관들도 OLED TV 성장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수익·물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OLED TV를 최소한 네오 QLED와 동급으로 가져가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 하다.
옴디아는 OLED TV가 2023년 835만대에서 2026년에는 1104만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반면 LCD TV는 같은 기간 2억30만대에서 2억86만대로 성장률에 차이가 있다. 특히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점유율(매출 기준)은 2022년 36.7%에서 내년 50%를 돌파가 예상된다.
이런 미래 시장성·품질 개선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삼성 TV 포지셔닝은 당분간 바뀌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OLED TV에 공급사 삼성디스플레이(QD-OLED), LG디스플레이(WOLED)를 추가했지만 물량이 LCD TV를 압도할 만큼 많지 않은데다, 올초에도 네오 QLED TV를 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만큼 이 정책을 하루 아침에 뒤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OLED와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경영진이 현재에도 영상디스플레이(VD)를 지휘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높은 할인 정책으로 네오 QLED 판매를 늘려 TV 포지셔닝에 당위성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OLED 물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포지셔닝을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LCD TV 보다 OLED TV 장점이 부각돼 매출로 이어진다면 포지셔닝 역전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시행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QLED와 OLED TV간 포지셔닝이 뒤바뀔 경우, QD-OELD와 WOLED를 각각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의 협상력도 자연스레 높아질 지 관심이다. 특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패널 공급가격을 두고 삼성과 아직까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TV 수요가 살아나 OLED 패널 공급이 늘어나면 세트사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제조사 모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의 삼성전자향 공급 규모는 2024년 200만대, 향후 몇 년간은 300~500만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만대는 LG디스플레이 전체 대형 OLED 패널 생산의 20~30%에 달하는 만큼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의 OLED TV 판매 강화 전략에 발맞춰 패널 출하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 OLED 생산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인 데 이어 컬러 휘도(광원에서 방출되는 빛의 강도), 패널 효율, 소비전력 측면에서도 기술 진화를 이뤄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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