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물량 몰아주기’ 과징금 110억원…공정위, 부당내부거래 제재

삼광글라스 ‘지배 고리’ 정점에 위치
부당 지원·부당 이익제공 시정명령
소그룹 지배력 유지·강화 행위 제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기업집단 ‘오씨아이’(OCI) 소속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를 부당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됐다.

공정위는 6일 오씨아이가 손익이 악화한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를 다른 계열사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0억원(잠정) 부과하기로 했다.

오씨아이는 크게 3개 소그룹으로 나눠진다. 주요 계열사로는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이복영 일가가 지배하는 삼광글라스는 소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했다. 2016년 주력사업에서 재무상태가 악화하자, 영업손실이 나타나고 성장의 한계가 우려되기 시작했다.

이에 소그룹 전략기획 전반을 담당하는 이테크건설(현 SGC테크건설) 전략기획실은 2017년부터 소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군장에너지 향(向) 유연탄 소싱을 삼광글라스에 몰아줄 것을 기획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이 대비해 경쟁입찰 형식을 취했고 군장에너지 물량 2분의 1 정도만 삼광글라스로부터 공급받아 유연탄 매출을 2017년부터 3년간 300억, 500억, 700억 원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테크건설은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를 채용해 삼광글라스 입찰전략 수립에 도움을 줬다. 삼광글라스가 해외 광산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연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계열사인 군장에너지 구매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광산사인 SUEK(수엑)사와 유연탄 공급 업무협약(MOU) 체결하는 등 지원행위를 펼쳤다.

또한, 두 소그룹은 열병합발전소 연료용 유연탄을 구매하기 위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회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삼광글라스가 낙찰될 수 있도록 했다.

삼광글라스 소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후 비교표 ⓒ공정거래위원회

삼광글라스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권고 및 지시에 따라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한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20~300kcal 상향했다.

또 이들로부터 입찰운영단가비교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입찰실시자료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입찰에 참가해 13번 낙찰됐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가 국내 유연탄 공급시장의 신규 진입 업체임에도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물량의 46%인 180만t, 금액으로는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해 약 64억원 영업이익을 취득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공정위는 이에 삼광글라스 이복영, 이우성 등 특수관계인들도 삼광글라스 지분비율만큼 부당한 이득(약 22억원)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과징금은 지원성 거래규모 1778억원에 대해 관련 법령을 적용한 뒤 10% 부과 기준 등을 곱해 산정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경쟁입찰을 통해서 계열사와 거래했다 하더라도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계열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준 행위가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편법적 지배력 승계,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의 목적으로 독립·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침해하고, 그룹 전체의 동반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공정경쟁질서를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GC에너지 측(SGC에너지·SGC이테크건설·SGC솔루션)은 “공정위 결정과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당사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의결 결과에 대해선 의결서 접수 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집단 오씨아이 소유지분도 ⓒ공정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