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타율 0.208’ 윌리엄스,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차승윤 2023. 7. 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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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닉 윌리엄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활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닉 윌리엄스(29·한화 이글스)가 타석에 들어서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든다.

윌리엄스는 5일 기준 6경기에서 타율 0.208(24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0.417)은 나쁘지 않지만 출루율(0.240)이 낮으니 둘을 합친 OPS(0.657)도 낮은 편이다. 6경기 결과에 불과하고 전임자 브라이언 오그레디(타율 0.125)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화가 원했던 성적이 아닌 건 확실하다.

다만 타석을 지켜보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본래 윌리엄스는 한화가 삼진을 감수하고 영입한 타자였다. 최원호 감독은 윌리엄스를 데뷔전부터 4번 타석에 배치하면서 "삼진 비율이 조금 높은 선수다. 삼진 비율이 높은 선수가 채은성 뒤로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격 기술이 좋은 채은성이 뒤에 있어야 투수들이 윌리엄스에게 승부구를 던질 거라는 거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콘택트에서 무난하다. 5일 기준 타석당 삼진 비율이 24%로 장타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하다. 콘택트%도 81.7%다. 규정 타석 타자였다면 각각 리그 6위와 25위 수준이다.

한화 이글스 닉 윌리엄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삼진 통제가 기대 이상 되고 있다면 타구질도 봐야 한다. 올 시즌 평균 타구 속도는 138.4㎞/h로 전임자 오그레디와 같다. 그러나 타석당 삼진 비율이 46.5%에 달했던 오그레디와 콘택트 능력이 비할 바가 아니다. 강한 타구(속도 150㎞/h 이상) 비율도 42.9%에 달한다. KBO리그 전체 1위인 팀 동료 노시환(44.4%)에 버금간다.

삼진이 통제되고 있는 건 아직 공략당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선수 본인이 노력한 결과기도 하다. 윌리엄스는 지난 6월 28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삼진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 때 중점적으로 타격 어프로치를 연구하고 많이 훈련했다"며 "공격적으로 접근하던 부분을 조금 줄이고, 더 세밀하고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윌리엄스는 KBO리그로 오기 전 2022년과 2023년 멕시코 리그 토 로스 데 티후아나에서 뛸 때 삼진 비율이 조금씩 줄었다. 타석 당 삼진 비율이 마이너리그 통산 25.3%(2810타석 711삼진)였는데, 2022년 티후아나에서 20.4%(372타석 76삼진)를 기록한 후 올해는 15.6%(211타석 33삼진)에 그쳤다. 멕시코 리그가 타고투저인 점을 고려하면 2022년까지는 '상정 내'지만, 올해 성적은 나름대로 노력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첫 홈런을 뽑아낸 한화 윌리엄스의 모습. 사진=한화 제공


기대 이상의 콘택트가 보여준 위력은 5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드러났다. 성적은 4타수 1안타 1득점이었지만 그 1안타가 결승 득점이 됐다. 그는 올 시즌 비록 9경기지만 실점이 없던 최준용을 상대로 무려 12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안타를 뽑아냈다. 최준용의 구위에 밀렸지만, 끈질기게 커트해 낸 끝에 기어이 1·2루 간을 가르는 안타로 연결했다. 이어 빠른 발을 살려 후속 타자 권광민의 안타 때 3루까지 갔고, 최재훈의 적시타로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도 기록했다.

어차피 한화는 더 이상 외국인 선수 교체권이 없다. 좋든 나쁘든 윌리엄스는 한화가 살려야 할 자원이다. 다만 6경기 보여준 모습만 보면 부진은 기량보다는 불운의 측면이 크다. 윌리엄스가 만드는 강한 타구가 장타로 이어지는 때가 온다면 한화 타선의 연쇄 폭발도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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