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 전국구 진출 '출사표'…극복할 과제 '셋' [은행권 새 판⑥]
지배구조 요건도 충족해야
지역색 짙은 브랜드 딜레마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이들의 전국구 진출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DGB금융지주의 계열사 DGB대구은행이 출사표를 내면서, 기존 5대 은행 중심의 판도를 흔들 메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아직 금융당국이 제시한 요건을 갖춘 곳이 사실상 대구은행 한 곳 뿐인데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본력과 짙은 지역 색채 등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올해 안에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은행권에 시중은행이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이다.
1967년 10월 설립된 대구은행은 대구·경북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67조원으로 6개 지방은행 중 부산은행(89조원) 다음으로 높은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대구은행의 전략적 판단은 거점지역에 국한된 영업의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제한적인 경제 규모로 전체 은행권 내 시장점유율은 총자산 기준 약 2%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비판하며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겠다고 예고하자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은행권 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을 포함해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조달 금리 측면에서의 이점이 자리하고 있다. 자금을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해 금리 경쟁력을 갖춰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 신용등급 AAA로 같지만,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선순위 0.02~0.04%포인트(p), 후순위와 신종자본증권은 0.15%p의 차이가 있다.
대구은행은 다른 지방은행들과 달리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자격 요건도 충분한 상태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이는 지방은행 요건(250억원)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 요구되는 셈이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현재 6806억원으로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 보유 한도가 4%로 제한되는 요건에도 충족해야 한다. 대구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지주의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78%), 오케이저축은행(8.00%) 등이 주요 주주로 해당 요건에도 부합한다.
다만 아직 이 같은 요건을 만족하는 지방은행은 현실적으로 대구은행뿐이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진입 문호를 넓혔다고는 하지만, 당장 다른 지방은행들이 도전장을 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부산·경남은행을 소유한 BNK금융지주는 부산롯데호텔 외 특수관계인(7개사)의 지분율이 11.14%이며, 광주·전북은행의 최대주주 JB금융지주는 삼양사가 14.14%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은행도 기존 시중은행 틈바구니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달 자금을 대출로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자본력 측면에서 크게 열위를 나타내고 있는 탓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은 4조9857억원으로 ▲KB국민은행(34조372억원) ▲신한은행(31조8341억원) ▲하나은행(30조5992억원) ▲우리은행(25조6052억원) ▲NH농협은행(21조7167억원) 등 기존 시중은행들에게 크게 밀리는 실정이다.
다른 지방은행들을 살펴봐도 ▲BNK부산은행(5조6925억원) ▲BNK경남은행(3조6848억원) ▲광주은행(2조1239억원) ▲전북은행(1조9042억원) 등으로 시중은행과 많게는 17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보다 시중은행이란 위상이 신인도 측면에서 조달 비용을 낮추는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지방은행·시중은행이란 카테고리나 시중은행에 걸맞는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는 측면보다도 지역·연령별 수신 기반의 다변화 여부와 디지털 수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이란 간판 아래 굳혀진 이미지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사실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 완화 이전에도 지방은행들은 수도권 진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만 재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은행도 은행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말 기준 지방은행들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확보한 영업점은 총 60개 수준에 불과하다. 10년 전 3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늘긴 했지만, 해당 지역 내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이 1750개인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기존의 정체성이나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가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전국적인 것을 지향한다면 브랜드를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사용한 대구은행이란 브랜드를 아예 바꾸기보다 '대구'는 살리되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 사용하기 좋은 브랜드로 변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변경 초기에 은행이 시행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혁신적이고 앞서나간다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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