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가 만들었다, '일'에 대한 모든 것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일> 포스터. |
ⓒ 넷플릭스 |
버락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퇴임 후 아내 미셸 오바마와 함께 2018년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세운다. 이후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왔는데, 넷플릭스와 함께 내놓은 다큐멘터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메리칸 팩토리>(아카데미, 선댄스영화제 등 수상) <크립 캠프>(선댄스영화제 수상)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에미상 수상) 등이다.
주지했듯 하이어 그라운드에서 제작한 다큐들은 하나같이 호평을 받았다.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이너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양지로 끌어올렸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겠다. 올해에도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 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가 찾아왔다. 시리즈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버락 오바마가 직접 출연하고 또 내레이션을 맡았다.
오바마가 대학생 때 감명 깊게 읽은 퓰리쳐상 수상작 <일>(스터즈 터클 지음)을 모티브로 기획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 했다. 각각 다른 세 지역의 세 가지 직업군(호텔, 자율 주행 차량 회사, 홈 케어)을 서비스 직종, 중간 관리자, 지식 노동자, CEO의 네 직급으로 보여 준다.
시리즈 총길이가 200여 분으로 짧은 편이라 겉만 훑어보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쉽다.
서비스 직종과 중간 관리자의 경우
뉴욕의 상징 '더 피에르 호텔', 자율 주행 차량 회사 '오로라 이노베이션', 홈 케어 회사 '앳 홈 케어'의 세 회사를 들여다본다. 먼저 서비스 직종을 보면 흑인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살 만큼 돈을 벌면서도 노조 덕분에 안정적인 하우스키핑, 많은 돈을 벌지 못하면서도 고된 일을 하는자택 요양 도우미, 투잡 쓰리잡이 아니면 살아가기 힘든 우버 이츠 배달원까지 다양하다. 좋은 직장의 조건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다음은 중간 관리자다. 20년 넘게 한 곳에서 일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전화 교환원, 일반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버팀목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감독관, 자유롭게 일하며 취미이자 특기도 마음껏 계발하는 데이터 매니저까지 색다르다.
이 다큐는 여기에서 중산층을 엮어 얘기한다. 1960년대 중산층의 출현했지만 1980년대 부자가 대두하면서 지금은 중산층의 개념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궁색하진 않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어렵게 살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지식 노동자와 CEO의 경우
지식 노동자라는 개념이 중간 관리자 이상의 개념을 갖는다. 대기업 임원 정도라고 보면 될까? 향후 자동화와 AI가 인간 노동력의 25%를 차지한다고 예측되는 가운데 지식 노동자가 각광받을 것이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500명의 직원과 다양한 고객들을 일일이 챙기는 호텔 총지배인, 회사 창립 멤버로 높은 자리에 있지만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고민하는 시니어 로보틱스 엔지니어, 상원 의원 출신으로 로비를 펼치며 수많은 이의 앞날을 걱정하고 책임지려는 로비스트까지 이채롭다.
CEO가 남았다. 1970년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언, 즉 회사는 이윤만을 추구해야 하고 이윤을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며 공로로 CEO는 주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후 CEO 급여는 직원의 30배에서 350배로 뛰었다. 돈 많은 CEO는 스타와 다름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오로라 공동창립자 겸 CEO,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인도의 세계적인 회사 타타 그룹 회장은 더 피에르 호텔을 인수해서 이끌고 있다. 앳 홈 케어 창립자 겸 CEO는 미국 남서부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거느린 개인 사업자이지만 그 자신은 그리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일은 무엇일까
호텔, 자율 주행 회사, 홈 케어 회사의 서비스 직종, 중간 관리자, 지식 노동자, 리더를 들여다봤다. 총 12명, 다양한 직책과 직급, 다양한 인종과 성,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최소 2배 이상 길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12명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도, 더 다양한 일을 소개할 수도 있었을 테다.
결국 일은 무엇일까. 다큐는 말한다. 소속감을 느끼는 것, 쓸모 있는 일을 하며 인정과 존중을 받는 것,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나아가 모두 공동체의 삶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급여를 받으면 삶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서로의 신뢰가 강화될 거라고 말한다.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일처럼 말이다. 일은 우리를 연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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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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