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두고 떠난 6.25전쟁 전사자, 배 속 아들이 찾았다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22세 젊은 나이에 6.25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18년 5월 강원도 양구군 송현리 백석산 1142고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8사단 소속 고(故) 노관수 이등중사(현 병장)로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노 이등중사는 육군 제8사단 소속으로, 백석산 전투(1951년 9월 30일~10월 28일)에서 전사했다. 백석산 전투는 8사단이 공격작전을 펼쳤던 동부전선의 주요 요충지로, 백석산을 탈환하기 위해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곳이었다. 유해 발굴시에도 주변에 아군과 적군의 유품이 뒤섞여 나와 격전지였음을 나타냈다.
1929년 1월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에서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입대 전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 1950년 결혼했다. 이후 전쟁이 나자 1951년 5월 자진 입대해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은 뒤 국군 제9사단에 배치됐고 5개월 만인 10월 6일 22세의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노 이등중사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6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유가족의 자택에서 열린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에 아들 노원근씨는 “어머니께서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시며 혹시라도 돌아오실까 봐 대문에 빗장도 안 걸고 학수고대하셨다”며 “이렇게 유해를 찾게 돼 가슴 뭉클하고 꿈만 같다”고 말했다. 노씨는 노 이등중사 사망 당시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외아들이다.
앞서 아들 노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겠다는 심정으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당시 유해는 함께 발굴된 유품이 없어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으나 정밀 대조 분석 작업을 통해 가족관계가 확인됐다. 유해발굴을 통해 수습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213번째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 원이 지급된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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