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구할 수 없는 위기의 LA 에인절스

김효경 2023. 7. 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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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손톱이 깨졌음에도 호투를 펼친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위기의 에인절스를 구하러 오타니가 간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9)가 활약을 펼치면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문구가 올라온다. 투수로, 타자로 고군분투하는 오타니가 안타까워 쓰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트)이다. 하지만 오타니조차도 구할 수 없는 위기의 팀이 에인절스다.

1961년 창단한 에인절스는 2002년 마침내 감격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2014년까지 6번이나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에인절스는 추락했다. MLB 현역 최고 타자로 AL MVP를 세 번이나 받은 마이크 트라우트가 있음에도 매년 지구 3~4위에 머물렀다.

2018년엔 치열한 경쟁 끝에 오타니를 품는 데 성공했다. 투타겸업을 하고 싶었던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타니는 기대했던 대로 수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홈런 선두를 달리며 2년 만의 AL MVP 수상이 유력한 오타니. AP=연합뉴스

오타니는 올 시즌에도 팀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투수로는 17경기에 나와 7승 4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타자로서의 활약은 더 대단하다. 31홈런을 때려내 MLB 전체 홈런 1위를 질주중이다. 타율도 MLB 데뷔 이후 가장 높은 0.300을 기록중이다.

6월까지 나쁘지 않았다. 두 차례 5연승을 달리면서 지구 2위 다툼을 벌였다. 적어도 와일드카드 싸움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서서히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부터 4연패를 당했고, 연패를 끊자마자 다시 연패를 시작했다. AL 와일드카드 레이스 마지노선인 3위 뉴욕 양키스에 4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일 손바닥 부상을 당한 트라우트가 8주 진단을 받았다.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깨져 밴드를 붙인 오타니. AP=연합뉴스

'천하의 오타니'도 지쳐가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달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손톱이 깨진 채 역투했으나 7회 1사에 교체됐다. 예정보다 하루 더 쉬고 나선 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선 6회 홈런 두 방을 내주고 강판됐다. 올 시즌 내내 이닝을 마무리짓고 교체됐던 오타니지만, 두 경기 연달아 이닝 도중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12일 열리는 올스타전에선 투구를 포기하고, 타격만 하기로 했다. 홈런더비도 나서지 않는다.

에인절스의 부진은 구단주 아르테 모레노(77)의 책임이 크다. 멕시코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모레노는 광고계에서 성공을 거둬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2003년 월트 디즈니사로부터 에인절스를 사들여 최초의 히스패닉계 구단주가 됐다.

야구광인 모레노는 아낌없이 돈을 썼다. 큰 시장인 LA 애너하임 지역이 연고지임에도 입장권 가격을 높이지 않고, FA 선수들도 척척 잡았다. 2019년엔 간판선수 트라우트와 MLB 역대 최대 규모인 12년 4억3000만 달러(약 5602억원) 계약까지 맺었다.

조 매든 감독과 대화하는 아르테 모레노 LA 에인절스 구단주(오른쪽). AP=연합뉴스

그러나 팀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야구전문가인 단장 및 구단 운영진보다 구단주 개인의 선호도가 반영될 때가 많았다. 꼭 필요한 포지션을 보강하지 않고, 중복된 자원에 투자해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트라우트도, 오타니도 가을 야구를 하고 싶어 페리 미나시안 단장에게 선수 영입에 대해 자주 물어봤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구하는 모습은 올해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모레노 구단주가 지난해 구단 매각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기 때문이다. 모레노는 "오타니의 트레이드는 없다. 사치세를 감수하고, FA 계약도 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현지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미 트라웃과 앤서니 렌던 등 대형 FA를 잡아 구단 연봉 순위 6위(2억1747만 달러, 2841억원)인 에인절스가 더 돈을 쓰기 어려울 거라는 이유에서다. 오타니의 계약규모는 5억~6억 달러 선으로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타니가 우승에 가까운 팀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오타니는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부상 위험을 딛고, 투타겸업을 해내며 일본 대표팀 우승을 이끈 바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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