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당뇨약 특허 만료…서로 다른 해법 내놓은 오리지널사

이춘희 2023. 7. 6. 0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월 AZ '포시가'·9월 MSD '자누비아'
잇따른 특허 만료에 제네릭 출시 봇물
AZ는 적응증 우위 앞세워 해자 구축
SK케미칼 협력 통한 복합제 개발도
MSD는 판매협력했던 종근당에 판권 매각
종근당, 기존 당뇨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기대

최근 잇따라 당뇨병 치료 시장을 장악해왔던 해외 도입 신약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제네릭(복제약) 개발사들과 시장을 지키려는 원개발사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원개발사들은 국내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새로운 해자를 구축하는 등 시장 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사진제공=한국아스트라제네카]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아스트라제네카(AZ)의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국내 특허가 만료됐다. 이에 해당 시장을 따라잡기 위한 국내사들의 제네릭이 대거 출시된 데 이어 오는 9월 1일에는 디펩티딜 펩티다제(DPP)-4 억제제인 MSD(미국 머크)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까지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경쟁이 한층 더 불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복합제들을 합쳐 자누비아는 170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대형 품목이고, 포시가는 아직 900억원 수준이지만 아직 SGLT-2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 만큼 지속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약이다. 그런 만큼 제네릭도 봇물 터지듯 함께 출시돼 복합제까지 합쳐 포시가는 150여개에 달하는 제네릭이 급여까지 등재됐고, 자누비아는 700개가 넘는 제네릭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뇨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까지 확대되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당뇨병은 한 약만 쓰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약을 함께 먹는 병용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메트포르민과의 2제 요법과 DPP-4 억제제를 포함한 3제 요법 등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과 SGLT-2 억제제 간의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가 대폭 확대됐다.

'해자 구축'으로 포시가 우위 수성 나선 AZ

이에 포시가 개발사인 AZ는 시장 우위를 지키는 한편 복합제 개발을 통한 대비책까지 마련하는 모습이다. 포시가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가장 큰 무기는 적응증이다. 포시가는 제2형 당뇨 환자의 혈당 조절 외에도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에 대해서도 적응증을 갖고 있다. 반면 제네릭 약품들은 혈당 조절에 대해서만 적응증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포시가는 기존 일부 심부전에만 해당했던 세부 적응증을 지난달 16일 심부전 전체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AZ는 이 같은 차이를 앞세워 포시가의 약가 인하를 저지하는 한편 다른 회사들의 마케팅도 억제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제네릭이 출시된 만큼 포시가의 약가를 30%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AZ는 제네릭이 혈당 조절만 적응증을 받은 상태에서 심부전·신장병 적응증까지 영향을 끼치는 약가 인하는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약가 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을 받아내 내년 2월까지 현재 약가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제네릭 개발사들이 심부전·신장병에도 효과가 있음을 암시하는 마케팅에 나서자 AZ가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증명을 해당 회사에 발송했고, 해당 사실을 인지한 식약처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개별 회사와의 면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제약사인 SK케미칼과의 협력을 통해 시타글립틴과의 복합제인 '시다프비아'를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기도 했다. 2020년부터 SK케미칼에 원료의약품(API)을 제공하고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는 식의 협력을 이어온 결실을 보게 됐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 포시가 복합제'를 내걸고 오히려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자누비아 넘겨받은 종근당…당뇨 포트폴리오 강화

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와 관련 약들

반면 자누비아 특허 만료를 앞둔 MSD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MSD는 2016년부터 자누비아 판매 관련 협력을 이어왔던 종근당에 자누비아와 관련 약들의 국내 판권·허가권·제조권 등을 계약금 230억원, 마일스톤 225억원 등 총 445억원 규모에 넘기는 계약을 지난 5월 체결했다.

종근당은 오는 9월부터 제네릭이 나올 경우 자누비아의 매출이 다소 줄더라도 여러 요소를 따졌을 때 충분히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5일부터 관련 권리가 이전되고 이를 2038년까지 무려 15년간 보유하게 되는 만큼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하고, 지금까지는 수입했던 자누비아를 앞으로는 종근당의 직접 제조도 가능해진 만큼 충분한 수익성 보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TZD 계열의 국산 신약 20호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로베글리타존)'와의 시너지도 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듀비에와 자누비아의 복합제인 '듀비에에스정'을 지난달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여기에 더해 자누비아와 다파글리플로진의 복합제 '엑시글루에스'도 내놨다. MSD로부터 넘겨받은 권리에 특허권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종근당의 독자적인 복합제 출시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MSD와의 협의를 통해 최근 판매를 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복합제 중 유일하게 급여를 인정받아 판매하게 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